[기고]탈진실의 시대 가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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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탈진실의 시대 가짜뉴스
  • 경상일보
  • 승인 2022.12.0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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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국 동국대 객원교수·전 청와대 대변인

탈진실(Post Truth)이란 용어가 사전에 등장한 것은 2016년.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그 개념이 명확하지 않았다. 손바닥 위의 컴퓨터 시대에 넘쳐나는 정보를 개인이 어떻게 수용하고 판단하는지에 대해, 그리고 사회적 심리적으로 어떤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정확히 인식되지 못했다. 얻은 정보가 사실인지 아닌지, 이쪽을 보면 사실인 것 같고 저쪽을 보면 아닌 것 같고 혼돈스러운 상황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적 심리가 가속화되고 있었지만 시대적 현상으로 규정되지는 않았다. 그때 옥스퍼드 사전은 탈진실(Post Truth)을 ‘대중의 의견을 형성하는데 있어서 객관적 사실이 개인적 신념과 감정에 호소하는 것보다 영향력이 적은 환경’이라고 정의했다. 즉 사실보다 감정에 의해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은 사회였던 것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된 시대적 흐름이었다.

이러한 조류를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해 여론을 몰아가려고 의도할 경우 국민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던 셈이다. 이를 간파한 일부 세력들은 진실을 외치면서도 진실을 덮기 위해 대중의 감정을 자극하는 가짜뉴스들을 만들어 확산시키는데 주력했다고 볼 수 있다.

초기에는 정치적으로 같은 이념을 가진 사람들끼리 디지털 공간을 만들어 가짜뉴스를 공유하고 SNS를 통해 일반에 확산시키는 정도였지만 이제는 공공재인 전파를 통해서도 인터넷 방송을 통해서도 심지어 국회 국정감사장에서도 가짜뉴스가 노골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것도 공당인 제1 야당의 대변인이 신분도 모르는 남녀간의 허황된 대화내용을 마치 특종이라도 잡은 듯 소리 높여 외치고 전 언론에 보도되도록 했다. 전형적인 선정적 기사로 국민들의 감정을 자극하기에 딱 좋은 아이템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이 김의겸이라는 의원은 가짜뉴스를 유포하기 위해 SNS 정도가 아니라 전 언론을 이용하는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는 듯하다. 전례가 있다. 2018년 7월20일 당시 문재인 청와대의 대변인이었던 김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 진압을 위해 당시 기무사가 이른바 ‘계엄문건’을 만들었고 그 ‘세부자료’로 “비상계엄포고문도 작성되어 있었다”면서 출입기자들에게 직접 보드까지 만들어 브리핑했다. 문 전 대통령이 해외순방중에 “독립수사단을 꾸려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한데 따른 것이었다. 당시 전 언론이 일제히 김의원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 ‘박근혜 정부가 계엄령 선포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까지 세웠다’며 ‘광화문, 여의도 탱크, 장갑차로 장악’ ‘국회, 언론, 국정원 장악 계획’ 등등 살벌한 제목을 달고 보도한 바 있다. 문 정부의 군·검 합동수사단이 3개월 넘게 수사하면서 90곳 넘게 압수수색하고 280여명을 조사했지만 그 결과는 사실무근이었고 이재수 기무사령관의 목숨만 앗아갔다.

온 나라를 발칵 뒤집은 가짜뉴스가 청와대에서 만들어졌지만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김 의원은 EU대사가 하지도 않은 발언을 지어내서 기자들에게 발표했다가 들통이 나기도 했다. 그런데도 의원신분은 거뜬하다. 그가 가짜뉴스를 만들어 유포하는데 집착하는 것은 상대 정권에 타격을 입히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국민의 감정을 자극해 선동하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이미 그 단 맛을 보았기에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탈진실의 시대적 흐름을 정확히 간파하고 이용해 왔다는 얘기다. 그러나 탈진실의 부산물인 가짜뉴스에 의존하는 세력은 결국 객관적 사실을 알게 된 국민에게 심판받게 될 것이다.

정연국 동국대 객원교수·전 청와대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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