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상상의 힘을 빌려 현실 앞에 제시한다. 그래서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접한 문학작품을 통해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고 미래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철학을 습득하게 된다.
어느 화창한 오후에 예닐곱 살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와 그 여동생이 외국산 열대어를 파는 ‘나’의 가게로 들어와 자신들도 물고기를 살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럼, 돈만 있다면야.” 내가 대답하자 아이는 돈이 많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는 여러 쌍의 물고기를 이것저것 가리키며 달라고 했다. 30달러가 넘는 관상어를 비닐봉지에 넣어 건네주었을 때 여동생이 열대어 값으로 내 손바닥에 5센트짜리 백동화 두 개와 10센트짜리 은화 하나를 쏟아놓았다.
내가 잠시 머뭇거리자 소녀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모자라나요?” 하고 물었다.
순간 나는, 지난날 내가 위그든 씨에게 어떤 어려움을 안겨 주었는지, 그리고 그가 얼마나 멋지게 그것을 해결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나는 목이 메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돈이 좀 남는걸” 하고, 소녀의 손바닥 위에 2센트를 떨어뜨려 주었다.
미국의 작가 빌라드(Paul Villard, 1910-1974)가 쓴 자전적 단편소설 ‘이해의 선물’의 뒷부분을 요약한 내용이다.
최근에, 많은 아동들이 학대를 당한다는 뉴스가 자주 보도되고 있다. 극히 일부지만 교육기관에서 훈육이라는 명목하에 가해지는 부적절한 언행과 폭력이 심심찮게 드러나고 있다. 게다가 아동학대의 80% 이상이 가정에서 부모에 의해 자행된다는 통계가 나온다. 인지능력이 온전히 갖추어지지 않은 어린 시절에 상처받은 동심은 부지불식중에 트라우마로 작용해 오래도록 심리적, 정서적 괴로움을 겪게 될 것이 뻔하다. 지난 11월19일은 ‘아동학대 예방의 날’이었다. 11월20일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아동의 날’이고 5월5일은 ‘어린이날’이지만 일회성 행사에만 그칠 뿐,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들이 건강해야 사회가 병들지 않게 된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안타깝다.
‘이해의 선물’에서 ‘나’가 3000센트어치의 물고기 값으로 아이들로부터 20센트를 받고 다시 거스름돈 2센트를 내준 계산법을 이해하기 위해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위그든 씨의 사탕 가게에 늘 함께 갔던 어머니가 일이 있어 가지 못한 날, 네 살의 나는 두 구간이나 되는 먼 거리에 혼자 가는 모험을 감행했다.
거기에는 반들반들하게 암갈색 설탕 옷을 입힌 땅콩은 물론 나를 유혹하는 형형색색의 사탕들이 많이 있었다. 이만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겠다 싶을 만큼 충분히 골라 내놓자, 위그든씨는 나에게 몸을 구부리며 물었다. “너 이만큼 살 돈은 가지고 왔니?”
“그럼요.” 하고 나는 자신 있게 대답하고 위그든 씨의 손바닥에 반짝이는 은박지에 싼 여섯 개의 버찌 씨를 조심스럽게 떨어뜨렸다.
위그든씨는 놀란 표정으로 한동안 내 얼굴을 구석구석 바라보았다.
“모자라나요?” 내가 걱정스럽게 물었을 때 그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고 나서 “돈이 좀 남는 것 같다. 거슬러 주어야겠는데…” 하고는 앞으로 내민 내 손바닥에 2센트를 떨어뜨려 주었다.
위그든 사장은 아직 ‘거래’의 의미를 깨치지 못해 돈 대신 버찌 씨를 준 주인공의 행위를 명쾌하게 이해하고 배려함으로써 어린이의 순수성을 지켜 주었던 것이다. 이처럼 문학은 작가가 창작한 문학작품을 통해 이를 향유하는 사람들의 삶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자 하는 유의미한 활동이다.
권영해 시인·울산문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