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필자는 지난 2년동안 공들였던 <통도사의 야생버섯 1000>을 성공리에 발간했다. 통도사에서 봄과 가을 두 번의 야생버섯 사진전시회를 개최했다. 울산 신흥사와 양산 불광사에서도 전시회를 가졌다. 버섯 홍보에 큰 보람이 있었다고 스스로 뿌듯해하는 한해였다.
버섯전시회를 하면서 가장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 색깔이다. 관람객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던 것은 하늘색꼭지버섯의 하늘색(sky blue)이다. 정말 자연색이냐고 묻곤 했다.
2022년 각광받은 색은 퍼플이었다. 선배 한 분이 ‘퍼플섬’을 다녀왔다고 사진을 보내왔다. 전남 신안군은 ‘퍼플섬’으로 올해 ‘제18회 대한민국 지방자치경영대전’ 문화관광분야 대통령상(대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BTS의 뷔가 만들어낸 ‘I Purple You’라는 말이 세계적으로 회자하고 있는데, 일곱 빛깔 무지개의 마지막 색처럼 ‘끝까지 함께 사랑하자’는 의미라고 한다.

퍼플(자주)은 신비, 환상, 애정, 사랑 등의 이미지를 지닌다. 여성적인 부드러움을 강조할 때 많이 사용되는 고급스런 색이다. 고귀함이나 성스러움의 상징으로 로마제국에서는 황제들만 입었다고도 한다. 천주교에서는 주교가 입는 수단이 자주색(Roman Purple)이다. 50년 전 고등학교 시절 레지오마리애 활동을 하면서 명동성당에서 처음 봤던 주한로마교황청 대사인 대주교의 자주색 수단이 너무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자주색하면 떠오르는 버섯은 자주졸각버섯이다. 여름철 숲 속에서 볼 수 있다. 갓의 지름이 1~2㎝쯤 되는 작은 버섯이지만 여럿이 무리지어 나므로 강렬한 인상을 준다. 자주졸각버섯의 학명은 Laccaria amethystina인데 종명인 Laccaria는 라틴어의 Laccatus에서 유래하며 ‘가식적인’이란 의미다. 영어 일반명은 ‘amethyst deceiver’로 amethyst는 ‘자수정’을, deceiver는 ‘가식꾼, 사기꾼’을 뜻한다. 우리 식으로 이야기하면 ‘자주색 변덕쟁이 버섯’ 정도가 되겠다. 노쇠해지거나 건조해지면서 색의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필드에서 이 버섯을 봤을 때 무슨 버섯일까 하며 고민한 적이 가장 많은 버섯 중 하나이다. 이러한 변덕성이 다른 의미로는 다양성의 상징이리라.
자주졸각버섯은 식용버섯이지만 비소와 같은 중금속을 흡수하여 체내에 축적하는 성질이 강하므로 오염지역에서의 채취는 주의해야 한다. 거꾸로 이 버섯으로 토양 속에 있는 중금속을 제거하는 일에 활용할 수 있다.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