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을 찾은 외지인들이 좋아하는 장소 중 한 곳이 동구 대왕암이다. 입구에 자리한 솔숲이 우선 장관인데다 탁 트인 동해 바다 위에 솟은 기묘한 형상의 바위섬은 매력 만점이다. 산책로를 따라 대왕암공원을 한바퀴 돌아보면 더할 나위가 없다. 여기에 더해 해안선을 따라 조성돼 있는 산책길을 따라 슬도까지 오가면 산업도시 동구의 새로운 면모에 절로 감탄하게 된다. 산책길에는 봄철이면 유채꽃도 만발해 사진을 찍기 좋아하는 울산시민들도 엄청 몰려든다. 슬도 앞에는 다양한 계층을 겨냥한 먹거리와 살거리를 갖춘 가게가 많아서 남녀노소 모두에게 쏠쏠한 재미도 제공한다.
울산시 동구도 그동안 대왕암과 슬도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소리체험관을 만드는 등 많은 투자를 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관광자원이라기엔 2% 모자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외지인들에게 가볼만한 곳으로 추천하기도 애매하고, 주말나들이 장소로 선택한 울산시민들의 입장에서도 만족도가 충분치 못하다. 관광자원화사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과거에는 오히려 꾸미지 않은 투박함이 매력적이었으나 지금은 어중간하게 개발되면서 어수선하고 지저분한 느낌이 더해졌다.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하나같이 슬도관광자원화를 외쳤지만 방향성이 오락가락한 것도 원인의 하나로 꼽히고, 여태까지 관리행정의 일원화가 되지 못한 것도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말을 보낸 뒤 슬도공영주차장에 쌓여 있는 쓰레기는 슬도 관리행정의 단면을 보여준다. 본보 취재진이 방문한 12일, 공영주차장 관광표지판 아래엔 방문객들이 버리고 간 술병, 물병, 캔, 박스, 종이컵은 물론 인근 가게들이 내놓았을 법한 커다란 양념통과 쓰레기가 꽉 찬 봉투까지 널브러져 있었고, 공중화장실에도 쓰레기가 수북했다. 쓰레기 수거는 당연히 환경미화과 담당이지만 애초에 관리부서를 따지자면 주차장 공사를 담당하고 있는 경제진흥과와 공원관리 부서인 공원녹지과에 걸쳐져 있다. 쓰레기 하나 관리하는데 3개과를 오락가락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니 어느 부서에서도 섣불리 나설 리 없다. 민원이 제기되면 비로소 담당부서를 찾느라 부산해지는 실정이다.
정부는 12일 열린 제7차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2027년까지 한해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 관광수입 300억달러를 목표로 하는 관광산업재도약 방안을 확정하고 우선 2023~24년을 ‘한국방문의 해’로 선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는 K관광휴양벨트 구축(2024~33년), 여행친화형 근무제(워케이션)·현지인처럼 살아보기 관광상품개발 등을 내세웠다. 이 자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관광은 문화·경제·외교·환경·안전 등 모든 분야가 집약된 산업이자 국제수지의 중요한 축”이라고 했다는데, 울산 관광산업의 경쟁력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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