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 다모작’이란 개인이 자신의 역량 및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고 직업의 전환과 혁신을 추구하며 일생동안 계속적으로 경력을 개발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한 직장에서 근무하면서 직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보다 값지게 여겨지는 시기도 있었다. 하나의 직업 혹은 한 분야에 전념하며 자신의 전문성을 계속해서 높여가는 일은 여전히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과 고령인구가 증가하는 우리 사회에서 급변하는 새로운 인생설계와 직업재교육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중·고령층의 은퇴 이후 전직과 인생 후반부 경력설계를 의미하는 인생 이모작이란 단어는 오래전부터 회자되어 왔다. 이제는 은퇴자뿐만 아니라 개인의 적성과 관심에 맞는 진로를 찾아 직업능력을 개발하는 생산가능인력으로 분류되는 고등학생부터 새로운 업무와 직업을 찾는 젊은 세대의 직장인까지 원활한 진로 및 직업의 변경과 경력의 설계가 필요한 인생 다모작 시대가 도래했다.
고용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앞으로 닥칠 미래에는 개인은 평생 한 가지 직업으로 살아가기 어려우므로 훈련과 재교육 등 평생직업능력개발이 갈수록 더 중요해 질 것이라고 말한다. 평생에 걸쳐 새로운 인생설계와 직업재교육에 대한 고민 없이는 개인은 물론이고 기업도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인생 다모작이 개인과 기업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인데, 이는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해결해야 하는 빈곤과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토론토대학의 애닐버마 교수는 인생 다모작이 사회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가지는 측면에 주목하며 기업과 지역사회가 교육기관이 되어 불확실한 미래를 위험이 아닌 기회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강조했다. 인생 다모작이 비단 전통적인 교육기관이 아닌 국가 시스템 전반에 걸쳐 일어나야 하는 국가경쟁력 및 지속가능성 향상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임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 다모작은 우리 사회에서 아직 적극적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으로 국내 교육에서 직업능력의 개발과 경력의 개발이 도외시 되거나 소홀히 여겨지는 풍토와 관행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혹자는 우리는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30년 교육받고, 30년 일하고, 40년을 은퇴자로 사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한다. 즉, 교육이 인생의 전반기에 집중되고 이후 평생에 걸쳐 직업 및 경력상 필요에 따라 수행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학령기 시기에는 입시중심 교육체제로 직업보다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로 직업교육이 소홀하게 다루어지고 특성화고교에서도 입시를 준비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OECD 주요 국가에 비해 입직연령이 지연되고 있으며, 늦게 시작한 직업인으로서의 활동 시기에도 적절한 평생교육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직무 중심의 직업훈련의 부실과 불균형은 우리나라 교육과 예산이 학령기에 입시중심으로 과다하게 집중되어 있으며, 고등교육, 성인교육 등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동맥경화 상태에 놓여있다고 하겠다. OECD 최저 수준인 노동생산성도 이러한 미비한 직업훈련 시스템에 연유하는 바가 클 것이다. 은퇴 이후 시기에는 고령자가 급증함에도 불구하고 재정지원 직접일자리 사업이외에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적절한 직무중심의 교육훈련의 기회가 부족한 것도 원인 중에 하나이다.
이와 같이 직업능력개발이 생산가능연령의 경력개발과 연계되지 않는다면 국가 교육체계 및 직업훈련 시스템상에서 개개인이 새로운 역량을 습득하고 직업을 전환하며 다양한 경력을 개발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인생 다모작이 가능한 국가 교육체계를 마련하고, 국가·지역사회 교육훈련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이렇게 구축된 평생직업능력개발 시스템은 어떻게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다양성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 우리는 이러한 질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 과연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자문하고 싶다.
윤동열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전국대학교 산학협력단장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