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아이들과 함께 맞이하는 새해
상태바
[교단일기]아이들과 함께 맞이하는 새해
  • 경상일보
  • 승인 2022.12.14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신단아 화암초등학교 교사

필자가 초등학생일 때는 12월이면 겨울방학을 시작했다. 신나게 1월을 보낸 후 2월에 다시 학교에 나가 친구들이랑 끝난 교과서를 정리하고 영화도 보고 게임도 하며 지냈다. 그러다가 봄방학이 시작되고 난 뒤에 새로운 반으로 새 학년을 맞이했다.

그러나 시대적인 요구와 이를 반영한 교육청의 권고로 교육과정이 변화했다. 2월의 수업 결손을 최소화하고 학생들에게 조금이나 나은 교육을 하기 위해 겨울방학을 미루는 결정을 했다. 1월까지 수업을 이어 하며 모든 학년의 교육과정을 마무리짓고 1월 중순부터 겨울방학을 시작하게 된다. 즉 1월에 종업식과 졸업식을 모두 마치고 겨울방학이 시작되며, 흔히 봄방학이라 불리던 짧은 시간은 사라진 것이다. 아직 부모님들과 학생들은 이런 상황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으나 울산의 거의 모든 학교는 각각의 교육과정에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 하는 1년 농사의 마무리가 코앞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크리스마스와 새해맞이 등 학생들과 함께 기억할 행사들은 더욱 많아졌고 아이들은 설레는 마음이 가득하게 되었다. 그러나 필자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씨를 뿌리고 거름을 주며 곡식을 키워온 농부의 마음이랄까. 아이들을 떠나보낼 준비를 조금 더 일찍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늘 신이 나 있다.

특히, 6학년을 맡은 올해는 아이들이 중학교 입학 발표를 기다리며 어느 중학교로 가게 될지 등의 작은 이야기들로 온 교실이 시끌벅적하다. 그러다 필자의 주위에 금세 몰려와 “선생님~ 선생님”을 찾으며 재잘재잘 자신들의 말들을 시작한다. 주말 가족 캠핑 이야기, 교실 크리스마스 파티, 자신들의 연애사까지…. 이런! 연애라니 너무 귀엽지 않은가? 이럴 때면 아직 아이들과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교사인 사실이 다행스럽다가도 갑자기 이상하게 기분이 묘해진다. 함께 할 날들은 줄어들고 보낼 날이 다가와서일까.

하지만 이런 기분은 잠시 넣어두고 교실에서는 행사를 준비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교육과정을 반영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해야 하며 새해맞이도 함께 해야 한다. 필자의 학교는 여름 방학 동안의 학교 공사로 인해 부득이 겨울방학의 시작이 매우 늦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음력 설날이 지나고 졸업식을 하게 되는데 그래서 정말 새해를 아이들과 함께 맞이하는 기분이 든다. 이런 경험은 필자에게도 처음이라 어떻게 함께 새해를 맞이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큰 걱정은 없다. 이럴 때 정답은 늘 아이들에게 나오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늘 창의적이고 생각이 많으며 말도 많다. 토론하고 토의하며 생각을 나누었다가 마음을 모으면 필자는 이를 교육과정에 녹여 그대로 따라주면 되기 때문이다.

처음 맞이하는 행사로 인해 들뜬 마음을 안고 글을 쓰는 지금 필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월요병을 앓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이 기다리는 교실이, 시끌벅적한 소리가 기다려지기도 한다.

신단아 화암초등학교 교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대형 개발로 울산 해양관광 재도약 모색
  • [기자수첩]폭염 속 무너지는 질서…여름철 도시의 민낯
  • 신입공채 돌연 중단…투자 외 지출 줄이고…생산직 권고사직…허리띠 졸라매는 울산 석유화학업계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울산, 75세이상 버스 무료 교통카드 발급 순항
  • 방어진항 쓰레기로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