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현실은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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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현실은 만드는 것이다
  • 경상일보
  • 승인 2022.12.2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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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국 학성고등학교 교사

2022년 22회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이 16강에 진출했다. 한국의 16강 진출은 월드컵 역사상 이번이 세 번째다. 대한민국과 일본이 공동 개최한 2002년 17회 월드컵이 한국이 최초로 16강을 넘어 4강까지 진출한 대회였다. 그리고 2010년 19회 남아프리카공화국 주최 월드컵에서 한국은 두 번째로 16강에 진출했다. 2022년 12월3일 새벽 9%라는 확률을 100%로 만들며 세 번째 16강에 진출했다.

이번 대회를 보는 동안 20년 전 대회와 병렬적으로 생각하는 특별함이 있었다. 많은 국민이 비슷했을 것이다. 그 시절 청소년이었던 우리는 기성세대가 되었다. 그때의 우리처럼 청소년이 된 자녀들과 함께 월드컵을 공유했다. 2022년 12월3일 16강을 결정짓는 골이 터지던 순간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박제되었다. 20년 전 맘껏 기뻐하던 선수들의 모습이 생생하다. 그리고 다시 맘껏 기뻐하는 선수들이 있는 운동장의 모습이 온몸을 휘감는 감동과 함께 기억 속에 깊이 새겨졌다.

나는 축구를 띄엄띄엄 보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을 통해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 그것은 ‘현실성’은 ‘현실’은 아니라는 깨달음이다.

나는 확률에 익숙하다. 수학적 확률에 의지해 생각하고 판단한다. 확률적 판단이 합리적 판단이라고 생각했다. 확률을 근거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했다. 당연히 이번 포르투갈과의 16강 결정전에서 우리나라는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런 판단은 확률값에 근거한 합리적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발생 확률이 높은 경우의 수 옆에는 확률이 낮은 경우의 수도 실제로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의 판단과 선택에 큰 오류가 있었다. 현실성이라는 확률은 일어나게 될 현실을 가늠해보는 추론적 근거일 뿐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현실은 만드는 것이다. 만들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만들지 않는 한 존재하지 않는다. 기적이라는 말로 박제된 2022년 카타르 월드컵 한국 16강 진출은 선수들이 만든 현실이다. 9%라는 확률값은 현실성을 가늠하는 기준이었다. 그러나 현실을 결정짓는 수치는 아니었다. 누군가 만들었던 현실의 합인 확률은 내가 만들게 될 현실의 결괏값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발생했던 사례들의 합으로 도출되는 확률값은 과거 사례의 분석일 뿐이다. 현실성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그러나 현실은 아니다.

우리의 현실은 우리의 시간 속에서 우리 자신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자기 자신의 노력이 현재라는 시간과 결합해서 자기만의 현실로 특정된다. 시도해 보도록, 노력해 보도록, 단정 짓지 않도록, 포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삶의 방식이 결정되는 시기인 아이들을 위해서 학교는 시도하고 노력하고 결과를 만들어 보는 연습의 공간이어야 한다. 우리 모두에게 삶의 주체는 우리 자신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현국 학성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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