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대곡천암각화군)가 세계유산 등재신청후보에서 또 밀렸다. 울산시는 윤석열대통령의 공약에 대곡천암각화군의 세계유산등재가 들어 있는만큼 문화재청의 심의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등재신청후보 신청에 나섰다. 지난 5월 신청서를 제출했다가 심의보류 결정이 나자 자료를 보완해 11월 재신청을 했다. 그런데 최근 열린 문화재심의위원회는 또다시 보류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지난 5월에 지적됐던 설명의 적정성, 등재기준 서술의 완성도, 진정성 및 완전성, 유산구역·완충구역 설명 타당성 및 지도 표현, 비교 연구 충실성, 보호관리 계획 타당성 등을 보완했음에도 또다시 논리적 적합성, 장소성, 중요성의 근거, 환경변화와 관련한 완전성 증명, 보존관리계획 부족 등을 이유로 심의를 보류했다.
울산시는 올해 안에 등재신청후보로 선정되면 2023년 등재신청대상 선정을 추진하고 이어 202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등재신청서를 제출해서 2025년 등재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그런데 세계유산센터는커녕 국내절차에서 십수년째 발목이 잡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으니 뭔가 잘못됐음이 분명하다. 반구대암각화는 세계유산등재를 꿈꾼 지 10여년만인 2010년 세계문화유산의 잠재목록에 등재됐고 11년만인 2021년 우선등재대상에 선정됐다. 그 다음 국내절차인 유산등재신청후보에 선정되지 못하고 두번이나 실패한 것이다. 후보에 선정되더라도 또 등재신청대상에 선정돼야 비로소 세계유산센터의 문을 두드릴 수 있으므로 어찌보면 세계유산등재는 까마득하게 머나먼 일이다.
근본적 질문을 다시 해야 할 시점이다. 문화재위원회의 심의결과를 보면, 우리는 20여년동안 사연댐 수위를 조절하는 방안을 두고 갈등과 논란만 키워왔을 뿐 정작 반구대 암각화의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논리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역량도 갖추지 못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유네스코는 세계유산등재의 목적 중 하나로 세계적 전문가가 함께 유산 보존을 지원하는 것을 꼽고 있다. 우리는 마치 사연댐 수위를 낮추는 것이 세계유산 선정의 전제조건인양 몰두해왔다. 완전한 보존방안도 아닌 수위조절에 십수년씩 매달린 것이 올바른 방향성인가라는 의구심도 든다. 이 시점에서 가장 먼저 세워야 할 대책은 암각화에 대한 연구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국내는 물론이고 외국의 전문가라도 영입해서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각석의 가치를 여러 세계 암각화와 비견해서 객관적 가치를 자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국내 암각화의 위상을 명확하게 해놓지 않고는 국내절차는 물론이고 세계유산센터 신청에서 또다시 시간만 허비할 수밖에 없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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