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베이비부머가 일으킨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전쟁 이후 1955년부터 가족계획이 시행된 1963년 사이에 출생한 베이비부머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한 1970년 중반부터 80년대 초반 특정공업지구 울산은 본격적인 생산과 수출로 수많은 인력들을 불러 들였다. 그 인력들은 울산에서 조국 근대화에 청춘을 바쳤고 이제 대부분 은퇴를 맞았다. 오로지 일자리를 찾아 왔던 그들이 은퇴 후에도 울산에서 계속 살 것인지, 떠날 것인지는 도시의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통계상의 결과는 떠나는 비율이 더 높다. 울산이 그들을 계속 머물게 할 매력을 갖추지 못한 탓이다.
울산시는 베이비부머의 은퇴에 따른 정책수립을 위해 2016년부터 2년주기로 울산시 베이비부머통계를 작성해왔다. 통계청 등 최근 6년간의 공공기관 행정자료와 울산시사회조사 자료를 취합해 인구, 주거, 일자리·창업, 복지, 건강, 귀농·귀촌, 참여, 가구 및 의식 등 총 8개 부문 160개 항목을 분석한 자료를 내놓고 있다. 자료를 분석하는 것은 잘하는 일이지만, 자료생산 이후에도 여전히 울산을 떠나는 베이비부머가 더 많다면 자료생산은 큰 의미가 없어진다.
자료에 따르면 울산에 살고 있는 베이비부머는 지난해 16만1415명으로 나타났다. 울산시 전체 인구의 14.4%다. 2017년에 17만147명에서 4년 만에 8696명이나 감소한 수치다. 2019~2021년 3년간 타도시에서 전입한 베이비부머는 9429명이고 전출자는 1만3605명이다. 울산으로 들어오는 베이비부머 보다 떠난 베이비부머가 4176명이나 더 많았다. 울산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고 자녀들의 고향이기도 한 울산을 떠나는 가장 큰 사유로는 주택(30.7%)을 꼽았다는데 구체적 이유를 분석해서 정책으로 풀어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대목이다.
이 통계에서 울산시가 주목해야 할 대목은 복지서비스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고령화사회에 울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말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베이비부머들은 노인복지향상을 위해 가장 필요한 서비스로 의료서비스 확대(41.4%), 일자리(29.6%), 여가·취미프로그램 확대(10.2%)를 꼽았다. 울산의 취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답변이다. 공공의료는 ‘0’에 가깝고, 베이비부머 고용률(54.0%)과 경제활동 참가율(55.8%)은 전국 특·광역시 가운데 가장 낮다. 은퇴 후 가장 먼저 찾게 되는 평생학습 시설과 프로그램도 빈약하기 이를 데 없다.
고령화사회로 접어든 울산이 노인인구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도시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의료시설·제도 확충과 집 근처에서 즐길 수 있는 평생학습 프로그램 구축이다. 울산시는 ‘2022 울산시 베이비부머 통계’가 말해주는 지표를 흘려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의료와 평생학습을 정책의 중심에 두는 것이 인구감소를 막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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