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지혜로운 토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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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지혜로운 토끼처럼
  • 경상일보
  • 승인 2022.12.3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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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룡 울산시의회 부의장

필자(筆者)는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없고’라는 구절이 있는 야은 길재 선생의 시조를 종종 읊조린다. 조선의 건국을 반대하며 끝까지 고려를 지킨 충신으로서 낙향해 은둔의 삶을 살던 길재처럼, 필자도 지난 제7대 의회 4년간 들뜨거나 요란하지 않게 지냈다. 낙향(落鄕)이나 은둔(隱遁)은 아니었지만, 5대와 6대 의원으로서 8년을 차분히 돌아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5대 초선 의원일 때는 패기와 열정으로 밀어부쳤고, 6대 재선 의원으로서는 조금 더 숙성된 의정활동을 펼치려고 노력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정치인에게 4년의 휴지기(休止期)는 멀고 긴 시간이었다. 때론 조급함도 있었지만, 느긋함을 갖고 부족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채워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살펴봤다. 혼자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광풍(狂風)에 낙선의 아픔을 곱씹으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초심(初心)을 새롭게 갈고 닦았다. 지역구 곳곳을 누볐고, 주민을 만났고, 틈틈이 공부도 했다. 현직이 아닌 전직 의원으로서 제약과 한계가 분명 있었지만, 8년간 의정활동을 펼친 경험과 경륜을 최대한 살려 지역과 주민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했다. 그 덕분이었는지, 필자의 진심과 진정성을 알아준 주민들은 4년 만에 다시 압도적인 성원과 지지로 시의회에 입성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8년간 재임했던 의사당에 4년을 쉬고 돌아와서 그런지 왠지 모르게 낯설게 느껴졌다. 의사당이라는 산천(山川)은 여전했는데, 인걸(人傑)이라는 의원은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동료로서는 생면부지(生面不知)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지역의 이런저런 인연으로 안면(顔面)을 트고 산 사람들이었지만, 의원 신분으로서는 서로가 익숙지 않은 광경이었다.

제8대 시의원이라는 새로운 신분을 장착하면서 결심한 것은 5대와 6대 의원때 잘한 것은 계승하되,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히 단절하겠다는 것이었다. 또 하나 다짐한 것은 자리에 대한 사심(私心)은 버리고, 일에 대해서는 욕심(慾心)에 가까운 의욕(意欲)을 갖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고심 끝에 선택한 상임위원회가 교육위원회였다. 아쉽게도 의원들 사이에서 교육위원회를 기피하는 풍조는 여전했다. 필자도 자의 반, 타의 반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난 4년간 울산교육이 제자리걸음 내지 후퇴했다는 주민들의 하소연을 생각하며 전반기 2년은 교육위원회 활동에 사활을 걸기로 했다.

울산교육청을 관장하는 교육위원회는 울산은 물론 나라의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와 직결되는 중요한 업무를 맡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필자는 교육위원회는 물론 의사당 안팎에서 교육청을 상대로 매섭게 지적했고, 비판했다. 지난 4년간 교육청이 특정 단체 출신들을 중용하면서 다른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졌다는 것을 지적했고, 지속적인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기초학력은 오히려 뒤떨어졌다는 것을 추궁했다.

지적과 비판에 머물지 않고 대안도 함께 제시했다. 교과별 성취도 비율을 상향 조정하고, 진단평가를 더욱 고도화해 기초학력에 미달하는 학생이 없도록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학생들의 안전하고 쾌적한 학습공간 조성을 위해 공사 현장을 수시로 방문해 살폈으며, 토론회와 간담회 등을 통해 울산교육의 비상을 위한 다양한 정책도 제시했다. 교육감 개인에 대한 호불호(好不好)가 아니라 울산교육이 이념에 치우치거나 편향성 없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충정에서 3선 의원에 걸맞게 광폭의 행보를 펼쳤다. 고 노옥희 교육감의 황망한 죽음은 애석하고 비통하지만, 울산교육이 잘잘못을 돌아보고 심기일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3년은 계묘년이다. 토끼는 지혜의 상징이다. 꾀돌이 토끼처럼 울산교육이 백년대계의 주춧돌을 흔들림 없이 굳건하게 다시 곧추 세울 수 있도록 필자도 힘과 지혜를 보탤 것이다. 감시와 견제는 물론, 한층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대안도 제시하겠다. 울산교육은 멈춤 없이 전진해야 한다. 그것이 울산이 사는 길이고, 우리나라가 사는 길이다. 올 한해 울산교육을 위해 애써주신 모든 분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리며, 새해에도 울산교육의 성장과 발전에 함께 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이성룡 울산시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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