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호의 철학산책(44)]생각하는 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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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호의 철학산책(44)]생각하는 갈대
  • 경상일보
  • 승인 2023.01.0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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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호 철학박사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할 때 지구 종말에 관한 얘기가 나오곤 한다. 옛 예언자들의 내용이 다시 언급되거나, 아니면 더 과학적인 근거로 뒷받침된 종말의 시나리오가 뉴스거리로 오르곤 한다. 백두산 화산폭발, 태양풍에 의한 자기폭풍이 현실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자연재해로 손꼽힌다. 지구온난화로 미국의 일부 지역은 영화 ‘투모로우’의 극한 상황이 현실이 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자연재해는 증가할 것이다.

언젠가 16세기 벨기에 화가 페터 브뤼헬의 그림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브뤼헬의 그림 속 배경은 늘 겨울이었다. ‘이 화가는 겨울을 좋아했나 보다’라고 생각했지만, 당시 소빙하기(小氷河期 Little Ice Age)로 인해 평균 온도가 지금보다 약 1℃ 정도 낮았다고 한다. 그 사실을 알고 보니, ‘저 당시에 살았던 사람들은 얼마나 추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14세기 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은 어떠한가. 그로 인해 수천 명의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20세기 초 스페인 독감은 최대 5000만명의 희생자를 냈다고 추정하고 있다. 그 외에도 지진과 화산폭발로 이미 많은 도시와 문명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아직 코로나19와의 싸움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좀 더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인류 문명의 역사에는 늘 자연 변화에 따른 재해가 있었다. 솔직히 확률적으로 보면, 지구에 생명체가 있다는 사실이, 인간과 같은 지적 생명체가 있다는 사실이 더 놀라운 일이다.

프랑스의 천재 수학자이자 발명가였던 파스칼은 <팡세>에서 우주는 아주 조금의 힘으로도 인간을 다 없애버릴 수 있을 만큼 거대하고 힘이 세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우주는 자신이 거대하고 힘이 세다는 사실을 모른다. 반면, 인간은 자신이 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이다. 즉, 어디에나 있는 흔하고 보잘 것 없는 존재이지만, 자기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존재이다.

과학기술의 발전만으로 자연재해를 이겨낼 수 없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보고, 그를 통해 타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선하게 사용하는 데에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 교육과 문화의 개선이 지구온난화의 시대에 더 중요하다.

김남호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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