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면주칼럼]토끼해의 자식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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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면주칼럼]토끼해의 자식농사
  • 경상일보
  • 승인 2023.01.0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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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면주 변호사

아직은 음력으로 설밑이라 계묘년(癸卯年) 토끼의 해라고 하기에는 조금의 간극이 있다. 간지년(干支年)과 띠 개념은 음력 기준이라 설 아래 태어난 아이는 여전히 임인생(壬寅生) 범띠이다. 머리는 서양으로 가슴은 동양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일 뿐이니, 지금부터 토끼의 해라고 해도 무방하다. 개와 고양이가 반려견·반려묘라는 ‘작위’까지 하사 받아 득세를 하는 바람에 같은 반열이던 토끼는 잊힌 존재가 되었다.

육·칠십년대의 초등학교에는 으레 토끼장이 있어서 매일 당번이 풀을 먹여 길렀다. 토끼는 유순하고 착한 동물이지만 별주부전에서는 용궁까지 잡혀갔다가 꾀로서 탈출하는 지혜와 슬기의 상징이기도 하다. 토끼의 또다른 특징 가운데 하나는 연간 40여 마리의 새끼를 낳는 다산 종족이라는 것이다. 출산율이 2021년 기준 약 0.83에 불과해 세계 꼴찌인 우리로서는 토끼해를 맞아 출산율이 좀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된다.

출산율이 2.1이 되어야 현 수준의 인구가 유지된다는데, 출산율 0.83은 국가 소멸의 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약 15년 동안 200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보조금 지급 등 양육 여건 개선에 공을 들였고, 작년만 하더라도 약 40조원이 소요되었지만 출산율은 오히려 하향 추세이다.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의하면 34개 국가 중에 2075년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그 원인으로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를 꼽고 있다. 현 정부에서도 ‘인구위기대응전담반’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구성해 대응하고 있지만, 양육에 대한 더 많은 재정 지원 위주의 과거와 비슷한 정책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저출산 정책의 모델로 삼았던 프랑스가 출산율이 상승한 것은 연 180조원에 달하는 양육지원 정책이라기보다 출산율이 높은 국가로부터의 이민자 증가라고 보는 전문가도 있는 것을 보면, 결국 현재의 진단과 해법이 필요조건은 되어도 충분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 출산율이 1.3인 일본의 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모리즈마 이에는 “지금까지 어떤 정책이 좋았다고 평가할 만한 정책이 없다. 저출산이 뭐라고 특정하기도 어려울 정도이다”라고 저출산 대책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여러 새로운 논의 중에 인구와 자원의 블랙홀이 된 ‘수도권 일극화’ 현상이 주택·교통·환경 문제를 야기하고, 이로 인한 과도한 생존 경쟁은 사회적 스트레스 지수를 높여 심각한 갈등과 분열을 초래하며, 이는 생존을 위해 생식을 포기하게 하는 현상으로 연결된다는 주장은 음미해 볼 만하다. 이를 지방소멸→청년전출도시진입→경쟁심화자원부족→결혼연기→출산포기로 도식화하는 전문가도 있다. 이는 서울의 출산율이 0.63 정도로 전국 평균에 현저히 못 미치고 있음을 볼 때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 할 것이다.

국토균형발전의 문제는 2000년경부터 부·울·경 지역의 학자들과 시민사회에서 논의되다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중요 정책으로 채택됐다.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입법하고, 행정수도를 세종으로 옮기는 계획을 획기적으로 실행하려 했으나, 이법이 헌법재판소에서 ‘수도가 서울이라는 것은 관습 헌법이며 수도 이전은 헌법개정 사안으로 국회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좀 엉뚱한 이유로 위헌 결정되는 바람에 그 동력을 잃고 말았다.

현재의 세종시, 혁신도시, 지방 소재 공기업 등이 그 흔적이다. 지방균형발전 정책은 특정 정파의 전유물이거나, 지방민의 표를 의식한 선심성 포퓰리즘이 아닌 국가의 근간에 관한 문제이다. 좌·우 정부가 바뀌면서도 정책 기조는 꾸준히 유지되었지만, 오히려 수도권의 일극화 현상은 가속되고 있는 형편이다.

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교육개혁 없이는 지역균형발전을 이루어 내기 어렵고, 지역균형 발전은 저출산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다”며 지역균형발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분명히 하고 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혹 구두선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오래 살다 보면 그래도 자식 농사가 남는 일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니, 너무 간보지 말고 용감하게 결혼도 하고, 좀 힘들어도 옥토끼같은 아이들도 출산하라는 꼰대의 잔소리를 새해 벽두부터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면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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