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년 넘은 보호수 감나무 가지마다 주황색 감이 열렸다. 직박구리와 까치는 참새가 방앗간 찾듯 겨우내 따지 않은 감 홍시에 매달린다. 울주군 언양읍 반천리 438번지에 자리잡고 있는 감나무 보호수 이야기다.
1982년 보호수로 지정된 이 감나무는 반천초등학교 정문을 들어서면 바로 우측에 보호수라는 안내판 뒤편에 서있다. 세월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한 버팀대도 받쳐놓았다. 나무둘레가 3.3m, 키는 6m정도다. 가지 벌림도 12m 정도 밖에 안 된다. 땅에서부터 1.2m 높이에서 두 줄기로 갈라진다. 나이에 비해 왜소한 편이다.
가운데 벌어진 부분이 썩으면서 외과수술을 받았고 인공수피로 덮어 놓은 부분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원 수피에서도 크고 작은 혹들이 붙어 있어 나무가 살아온 이력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거름을 주고 나무칩을 깔아주는 등 보살핌 속에서 새가지를 내고 꽃을 피워 열매를 달고 있다.

범서와 언양지역은 단감농사를 많이 짓는다. 범서읍 입압마을과, 삼동 보삼마을, 상북 궁근정리 고택에는 오래된 감나무들이 더러 남아 있다. 오래된 유실수에는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200년 전부터 간직한 고유한 품종이고 다른 나무에 비해 오래 살아 자연환경에 적응력도 높은 우수한 유전자를 갖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앞으로 살아갈 후손들에게 먹을거리를 해결할 수 있는 자원으로 활용가치가 높다. 이제라도 보호수 감나무 후계목을 심고 가꾸면서 자원을 지켜내야 한다.
한 톨의 씨앗이 인류의 배고픔과 생명을 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향토 품종을 지닌 생명문화재인 거대하고 오래된 나무들은 그 만큼 소중하다.
윤석 울산시 환경정책과 주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