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로 활기를 되찾아가던 울산시 남구 공업탑 일대가 부동산 경기 침체와 더불어 다시 공동화의 위기에 빠졌다. 주상복합건물을 짓다가 PF가 묶이면서 공사를 중단한 곳이 있는가 하면 아예 착공조차 못한 상태에서 언제 공사를 시작할 지 기약도 못한채 공실상태로 있는 점포도 많다. 빈 점포들 사이에서 문을 열어놓고 있는 점포들도 전체적으로 썰렁한 분위기 탓에 손님들이 아예 접근조차하지 않는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공업탑로터리에서 태화로터리까지 구간에 진행 중인 건설현장만 해도 25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주상복합건물이 20곳이나 된다. 2년여전만 해도 투기세력에 의해 옥동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공업탑로터리 주변을 벗어나 태화로터리에 이르기까지 동시다발로 재개발 바람이 몰아쳤다. 막무가내식 과도한 투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음에도 공급조정 없이 방치한 결과가 결국 도시황폐화라는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투기붐이 현저하게 가라앉으면서 갑작스럽게 재개발 중단사태를 맞은 이들 건물들은 대개 비계를 설치해놓거나 나일론 줄로 둘러쳐 접근을 막는 최소한의 장치만 해놓고 있다. 상권이 파괴되면서 사업대상지는 물론이고 사업대상지가 아닌 점포도 장사를 포기하고 떠나고 있는 실정이어서 도심 공동화가 현실이 되고 있다. 이대로 장기화하면 슬럼화 현상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장기화 조짐은 충분하다. 시행사들이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빚을 떠안고 있기 때문에 온전히 정상화 되기까지는 오랜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할 수밖에 없다.
이 일대는 동쪽으로는 울산시청, 서쪽으로는 법원, 남쪽으로는 울산대공원, 북쪽으로는 태화강이 자리하고 있는 울산의 중심지다. 오랜 기간 방치하다간 도시미관과 이미지 훼손은 물론이고 청소년들의 비행장소로 활용되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관리소홀에 따른 안전사고의 발생 소지도 다분하다. 결국 피해는 울산시민에게 돌아온다. 민간 사업이라고 해서 자치단체가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이유이다. 빈점포에 대한 출입통제는 물론이고 비계나 펜스 등의 안전상태도 점검해야 한다. 정확한 실태파악을 통해 안전책임을 분명히 물을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도시미관을 위한 최소한의 정비도 서둘러야 한다. 방치하다간 사후약방문이 될 수 있다.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