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영의 버섯이야기(29)]겨울은 동충하초 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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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영의 버섯이야기(29)]겨울은 동충하초 철이다
  • 경상일보
  • 승인 2023.01.0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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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

겨울이 되면 “겨울에도 버섯이 있나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럼요, 겨울에도 비만 오면 팽이, 느타리가 나지요. 눈이 오면 더 좋지요. 습도도 유지해주고 보온도 해주니까요. 그리고 동충하초 찾으러 다닙니다.”라는 게 나의 대답이다.

울산은 눈도 거의 안 오고 오더라도 금방 녹아버리지만 겨울에 땅이 얼지 않고 크게 춥지 않으며 아름다운 계곡이 많아 동충하초를 찾는 데는 최적지라고 할 만하다. 이번 겨울에는 울산 북구 신흥사계곡, 양산 내원사계곡, 홍룡사계곡을 다니고 있다.

동충하초는 겨울(冬)에는 곤충(蟲)이고 여름(夏)엔 약초(草)가 되는 신비로운 식물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곤충의 내장을 양분 삼아 겨울을 나고 여름에 자실체가 성장하는 균류의 일종이다. 다시 말하면 곤충 기생 버섯이다. 겨울을 나고 나면 곤충의 내장은 사라지고 특수한 동충하초 성분으로 가득차게 된다.

▲ 울산 신흥사계곡에서 발견한 나방이동충하초.
▲ 울산 신흥사계곡에서 발견한 나방이동충하초.

곤충의 종류에 따라 동충하초의 모습이 달라진다. 해당 곤충의 신경을 조종하여 자신의 포자를 잘 퍼뜨리도록 나무 높은 곳으로 이동하게 한다. 이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에서도 언급된다.

동충하초는 전 세계적으로 500여종이 알려져 있다. 동충하초 연구 분야의 선두주자인 일본에서 400여종이 알려져 있다. 일본에는 동충하초학회도 있다. 야생 동충하초 분야에는 일본이 최고라 할 수 있지만 동충하초 재배 분야에서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 재배 동충하초.  /  이경훈 제공
▲ 재배 동충하초. / 이경훈 제공

강원대학교 성재모 명예교수는 세계적인 동충하초 전문가로서 27년째 성재모동충하초를 운영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누에나 밀웜에 균을 접종하여 재배하며 곤충이 아닌 현미재배도 성공했다. 우리 지역에 있는 모드니애 곤충농장 이경훈 대표도 동충하초 전문가로 지난해 농식품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올해는 이 대표의 사업이 번성해서 지역에서 찾는 동충하초 종균을 보관·연구할 수 있는 연구소를 만들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계곡 속에 쌓인 낙엽과 죽은 나뭇가지 밑을 조심히 살펴보면서 조그만 동충하초를 찾는 재미가 쏠쏠한 겨울이다.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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