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삶은 관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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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삶은 관계이다
  • 경상일보
  • 승인 2023.01.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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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국 학성고등학교 교사

다시 한 해가 시작됐다. 지난 연말 우리는 새롭게 한 해를 시작하며 많은 사람에게 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스스로 새로운 계획과 소망을 다짐했다. 매년 우리는 비슷하다. 계획과 소망이 좀 더 절대적으로 중요한 어느 해도 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실천하는 어느 시기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 대부분은 하는 일이 잘 되기를, 가족 모두 건강하기를, 다시 시작되는 한 해가 무탈하기를 바라며 한 해를 시작한다. 막연하다.

나에게도 그 막연한 계획이 가장 중요한 목표다. ‘현재 나의 삶이 유지되는 것’만큼 절대적으로 중요한 일은 없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얽혀 있는 ‘사람’을 지키고 싶다. 생각을 나누며 귀를 기울여주고 마음을 쓰는 ‘나의 사람’을 지키는 것이 ‘나’를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은 곧 ‘공동체’라는 점이다. 아이들에게 ‘사람들 속’에서 자기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해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나의 공간’이 아니라 ‘모두의 공간’이다. 모두의 공간 속에서 나의 공간은 독립적이지 않다. 나의 공간은 모두의 공간 속에 중첩된다. 물론 중첩된다는 것이 개인이 집단에 예속되는 일부라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는 모두의 공간에서 독립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독립적인 개인은 어느 순간 서로의 삶의 일부가 된다. 개인의 삶은 누군가 삶의 일부가 된다. 누군가의 삶도 개인의 삶의 일부가 된다. 하나의 경험은 각자의 삶의 일부가 되고 서로의 삶의 일부가 된다. 각자의 삶은 독립적으로 시작되어 연결된다. 그들은 서로를 지키고자 하는 관계를 맺는다. 삶은 관계가 된다. 막연하게 ‘자신’을 지키기 위한 개인의 삶은 확장된다. 자기 삶에 집중된 노력은 동시에 모두가 안전한 삶을 누리기를 바란다. 개인은 다층적으로 중첩된다. 우리는 개인의 삶을 사는 동시에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살아간다. 관계는 다층적으로 확장된다.

우리의 삶은 빅데이터 데이터이다. 빅데이터(big data)는 대용량(Volume)의 데이터를 정형, 반정형, 비정형의 데이터(Variety)로 분류해 빠르게(Velocity) 수집, 분석, 처리, 유통할 수 있는 기술이다. 즉 ‘관계성’을 추출하는 기술이다. 우리는 막연한 우리의 삶에 대해 확신이 없을 때가 많다. 막연함은 많은 경우의 수를 포함한다. 그러나 막연하게 무엇을 하는 우리는 어느 순간 어딘가에 와 있다. 그 순간 개별 사건들이 ‘관계’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학교는 아이들이 도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도전은 관계성이 추출되는 의미 있는 활동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개인의 삶은 모두의 삶으로 연결될 것이다. 학교는 확신이 있어야만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막연해 보이는 도전이 확신으로 누적될 수 있도록 아이들이 노력하고 시도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이현국 학성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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