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지금 우리에게는 ‘도시숲’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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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지금 우리에게는 ‘도시숲’이 필요하다
  • 경상일보
  • 승인 2023.01.1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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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천동 울산 북구청장

구청 근처에서 비서실 직원들과 점심을 먹는 날이면 늘 구청 주변 산책로를 크게 한 바퀴 돈다. 산업로변 완충녹지에는 야자매트를 깔아 놓아 키가 큰 나무 사이로 걸을 수 있고 구청 옆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옆으로 메타세콰이어 길도 참 좋다. 지금은 한겨울이라 산책이 뜸해지긴 했지만 날씨가 조금이라도 풀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산책에 나선다. 산책길에서는 점심 식사 후 동료들과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구청 직원들도 많이 만나는데 요즘은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든 직원들이 많이 보인다.

4년 전 구청장 재임 시절만 해도 익숙한 모습은 아니었다. 어디서나 쉽게 접하기 쉬운 종이컵을 두고 텀블러를 챙겨 다니는 것이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요즘은 자가용이나 사무실 책상 위에 텀블러 두고 필요할 때마다 사용하는 직원들이 많아졌다. 지난 4년 동안 주변 사람들의 텀블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 것 같다.

기후변화 위기 대응이 사회적 화두가 된 지 오래다. 편리한 종이컵을 두고 누가 귀찮은 텀블러를 사용할까 했는데 텀블러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법적 제재도 뒤따랐지만 무엇보다 일반 대중에게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의식이 깊숙하게 자리한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점점 길어지는 여름, 이례적인 집중호우, 수시로 찾아오는 미세먼지가 온몸으로 기후변화를 느끼게 하고 그러한 위기의식은 사람들을 바꿔 놓기 시작했다. 늦은 감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한 순간이 가장 빠른 때라고 하지 않았던가.

얼마 전 구청에서는 도시숲 활성화를 위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심포지엄 주요 내용을 지면에 조금 옮겨본다.

산림청에 따르면 도시숲은 국민의 보건휴양·정서함양 및 체험활동 등을 위해 조성·관리하는 산림 및 수목으로 공원과 학교숲, 가로수 등을 포함한다. 도시숲은 다양한 기능을 한다. 도시 내부의 기온이 교외 주거지역이나 농촌지역보다 급격히 높아지는 도시열섬효과를 완화하고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으로 일상생활에 제약이 생긴 사람들에게서 불안 및 우울과 같은 공중 보건 문제가 나타났고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고자 도시공원과 같은 녹지 공간을 방문하는 사람이 증가했다. 이와 관련한 연구결과, 주거지 인근에 위치한 도시공원 방문자 수가 증가했고 사회적 고립감과 소통의 단절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소통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 공간으로 공원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유행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도심의 녹지공간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연구결과다.

심포지엄에서는 바이오필릭시티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살아있는 유기체에 대한 인간의 본래 타고난 정서적 친화성을 담은 바이오필리아의 개념을 담은 바이오필릭시티가 미래의 도시계획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단어는 어렵지만 간단하게 생각하면 도심에 나무를 심고 녹지를 만들어 도시가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만든 도시가 바이오필릭시티다.

싱가포르는 도시계획 모토를 ‘City in a Garden(정원 속의 도시)’으로 정하고 흩어진 공원과 녹지들을 연결 통로나 산책로를 통해 연결했다. 스페인 비토리아는 주거 공간에서 300m 거리에 공원을 만들고 13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도시 50%를 도보여행할 수 있도록 했다.

코로나19와 기후변화 시대에 우리가 원했던 도시의 모습은 아닐까. 도시숲은 산림경관을 제공하는 가치도 있지만 온실가스 흡수 및 저장 기능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최근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도시숲이 탄소 흡수원으로 인정됐다. 미세먼지 저감, 폭염완화 등에 더해 탄소 흡수원으로 도시숲 기능을 인정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글로벌 패러다임이 ‘녹색’으로 바뀌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도시숲이 필요하다. 올해는 북구가 도시숲 조성의 선두주자가 되어 보려 한다.

박천동 울산 북구청장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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