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선생님의 인권은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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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선생님의 인권은 안녕하십니까?
  • 경상일보
  • 승인 2023.01.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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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화 메타버스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동의대 외래교수

‘교실에서 교사가 수업을 하고 있는데 어떤 학생은 교단에 누워 교사를 촬영하고, 그걸 다른 학생은 또 찍고 있고, 학생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교사는 칠판 앞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이건 작년에 뉴스로 보도된 내용이다. 이런 상황을 어느 학생이 재미있다고 생각해 자신의 SNS에 올리면서 화제가 되자 기사화된 것이다.

문득 떠오른 지난 기억들이 있다. 필자가 3~4년 전, 고등학교에 외부강사로 수업을 갔었을 때의 일이다. 옆반에서 갑자기 둔탁한 소리와 함께 학생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일단 우리반 아이들을 진정시키고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을 마치고 나서 상황을 파악해 보니 학생들끼리 사소한 시비 끝에 책상을 던지며 싸우는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당시 더 놀랐던 것은 학교 선생님들의 반응이었다. 너무도 놀란 우리 강사들과는 달리 늘 있는 일처럼 대수롭지 않은 듯 그런 상황들을 수습하셨다. 그날 함께했던 강사들의 경험담들은 필자를 더욱 놀라게 했다. 수업시간에 잠자는 것은 비일비재하며, 교실 뒤편에 책상 두 개를 나란히 붙이고 그 위에 누워서 떠드는 학생, 그런 학생을 지적하면 강사에게 욕하는 학생, 심지어 20대 여강사는 학생들로부터 당한 성추행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언제부터인가 학교에 가면 담당선생님께서 학생들이 자면 가만히 놔두라고 하시며 절대로 지적하거나 학생을 뒤에 세워둔다거나 하는 일은 하지 말아 달라는 당부의 말씀을 하시기도 한다. 학생들의 인권 때문이었다. 학생들은 자기의 권리를 주장할 때 인권을 먼저 내세워 교사에게 무기로 사용한다. 교사에게 무섭고 두려운 말이 바로 학생인권이 되어 버린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필자가 짧은 시간에 외부강사로 체험한 내용들인데, 늘 학교 현장에 머무르는 교사는 더 많은 교육활동 침해와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필자가 만난 현직 중학교 교사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교사가 수업 중에 학생들이 큰소리를 내며 싸우자 교사가 개입하게 되면,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며 대꾸하고, 학부모에게 전화를 해도 ‘내가 어떻게 하느냐, 학생들이 다 그렇지 않냐’는 식으로 무관심한 태도를 취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냥 한 두 명이 이상한 애들이겠죠?’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이다. 오히려 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친구들이 바보 취급을 받고 있고, 나머지 상당수는 수업과 교사에 대한 예의같은 것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해당 교사가 훈육를 하면 학생은 계속 비속어를 남발하며 반말이 절반인 어투로 마음대로 하라는 식으로 대꾸한다.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교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이 된다. 물론 이런 내용들은 극소수의 사례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교육활동 침해와 더 나아가 교사폭력 사건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으며, 이런 상황 속에 교사들의 인권이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다는 심각성이다.

교사들이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협박을 당하거나 심지어 폭력을 당해도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란 참 쉽지 않다. 일단 교사에게는 징계권이 없고, 조금 심각한 상황이라면 학교회의를 거쳐 학생 봉사활동 정도의 징계로 끝나거나 가장 심한 처벌이라고 하는 것이 강제 전학이다.

그렇다고 교사가 경찰에 신고해봤자 학생들이기 때문에 법적제재는 받지 않을뿐더러, 학생과 학부모를 신고했다는 자체만으로 해당 교사는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취급받기 일쑤인 것이다. 또한 수많은 절차로 학교 내 다수의 다른 사람들이 많이 불편해지는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지난 20여 년간 우리 교육에 있어서 학생들의 인권은 상당히 좋아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교육의 핵심 주체인 교사들의 인권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다행히 지난달 27일 교육부가 ‘교육활동 침해 예방 및 대응 강화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심각한 교권 침해 시 생기부에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사항이 포함된 것이다. 반가운 일이지만 교사가 학생지도를 능동적으로 할 수 없고, 교사인 것이 부끄럽게 느껴지고, 교사를 주눅들게 하는 현 상황에서 진정한 교육활동이 나올 수 있을지 반문해본다. 교권이 무너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우리의 미래도 학생의 미래도 없을 것이다.

이미화 메타버스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동의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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