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화첩-울산의 풍경과 삶]생기 가득한 숲길 걸으며 살아있음을 느껴보라
상태바
[울산화첩-울산의 풍경과 삶]생기 가득한 숲길 걸으며 살아있음을 느껴보라
  • 전상헌 기자
  • 승인 2023.06.13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대운산 내원암 계곡(大雲山內院庵溪谷 75x45㎝, 한지에 수묵담채. 2023)

산은 생태적 집합체이다. 생태적 집합체는 생태적 사고를 갖게 한다. 생태적 사고는 모든 생명체는 함께 살아가는 지구공동체임을 일깨운다. 생태적인 산은 도시 생활에 지친 몸과 병든 마음을 치유와 안정, 힐링과 평온으로 안내한다. 계곡과 숲과 길을 따라 숨 쉬며, 물과 나무와 풀과 꽃과 바람의 노래가 쉼 없는 산. 정상에 서면 바다가 보이는, 도시 가까이 있는 산. 도시인의 삶을 명상과 사유로 이끄는 산. 대운산이다.



◇대운산과 내원암의 내력

대운산은 울산광역시 울주군 온양읍과 경상남도 양산시 웅상읍에 걸쳐 있는 높이 742m 산이다. 원래 이름은 불광산이다. 불광산은 1530년(중종 25)에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 ‘경상도, 울산군, 산천’에 등장한다. 1749년(영조 25) 저술한, 울산 최초의 읍지 <학성지>에는 불광산과 함께 대운산이란 지명이 나온다.

1902년 편찬된 <울산읍지>와 1935년 <울산읍지>에는 공통적으로 ‘불광산(佛光山) 부(울산부) 남쪽 45리에 있다. 일명 대운산이라고도 한다’고 기록됐다. 지금은 이 불광산을 대운산으로 부른다. 현 지도를 검색하면 나오는 불광산은 부산시 장안읍에 있는 산으로 장안사와 척판암을 품고 있다. 내원암은 <학성지>에 나온다. 내원암을 일러 신라 중기 대원사를 창건한 고봉(高峰) 선사가 ‘영남 제일의 명당’이라 했다고 한다.

내원암의 본사였던 대원사는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나왔다. 이후로 기록이 보이지 않는다. 대원사 옛터는 내원암 입구로 추정한다. 내원암이 원효대사가 마지막으로 수행한 곳이라는 설화는 절의 명성과 품격을 높이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내원암은 온양읍 운화리 상대마을에서 들어가는 산 입구 오른편에 있고, 내원암 계곡은 왼편 울산수목원 가는 방향이다. 내원암이 유명하게 된 계기는 산 계곡을 울산 12경 중 하나인 ‘대운산 내원암 계곡’으로 지정하면서부터이다.

내원암 계곡에는 2017년에 국립 대운산 치유의 숲, 2019년에는 울산수목원이 각각 들어섰다. 국립 대운산 치유의 숲은 산림을 활용해 인체 면역력을 높이는 다양한 명품 숲길을 갖췄다.

이곳 무장애 데크길은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곳으로 3개의 숲길과 울창한 편백나무 숲길로 구성돼 있다. 울산수목원은 난·한대성 수종의 식물을 전시·연구한다. 내원암 계곡에 조성된 식물원을 따라 왕복 2시간이 걸리는 숲길은 청량함과 생기로 가득한 생태 공간이다. 특히 굴참나무 숲은 아늑하고 아름답다.



◇산과 도시 그리고 생태계

산은 물로 계곡을 만들고 나무로 숲을 이룬다. 물과 나무는 생명의 원천이며 모태이다. 물과 나무가 없는 산은 모래언덕이고 사막이며 불모지다. 서양 속담에 ‘신은 시골을 만들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는 말이 있다. 신은 시골인 자연을 만들었고 인간은 자연에다 도시라는 공간을 만들었다는 뜻이다. 더하여 인간은 도시에 자본과 상품으로 계곡을 만들고 빌딩과 건물로 숲을 이루었다.

도시는 물과 나무가 아닌, 물질이 지배하는 공간이다. 문명은 인간에게 편리함을 주었지만, 자연을 대상화함으로써 인간 소외를 가져왔다. 과학은 자연을 도구화하고 있다. 과학문명이 이룩한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물질문명으로 인한 자연 개발은 지구온난화와 환경 파괴를 낳았다.

여기서 환경이란 인간이 살고 있는 주변을 말한다. 그러니까 ‘환경’이란 말은 인간 중심의 사고 개념이다. 반대로 ‘생태’란 말은 자연은 생물과 무생물 모두가 존재 의의와 가치를 가진다는 자연 중심의 순환론적 사고 개념이다.

생태적 삶은 자연의 법칙에 따르는 순리적 생활이다. 생태는 모든 생물과 수많은 종이 서로서로 영향을 주는 관계 사슬이다. 생태계는 어느 한 종이 사라지면 연쇄적으로 다른 종이 영향을 받는다.

현대문명이 이룩한 도시화와 산업화는 생태계를 파괴했다. 생태계 파괴로 인한 지구 온도와 온실가스 증가 등으로 지구는 현재 심각한 기후변화를 겪고 있다. 빈번하고 강도 높은 홍수와 태풍, 산불과 가뭄 등의 재앙이 그 예이다. 이런 기후변화를 두고 “우리는 진작 정신을 차려 이 작고 소중한 지구별에서 좀 더 분별력 있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나서야 했다”고 말한 캐나다 방송인이자 환경운동가인 데이비드 스즈키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산도 생태적 삶도 현장 체험이 소중하다. 그렇다. 그동안 나처럼 지구와 생태, 인간과 환경에 무관심했거나, 무감각한 이들이 있다면 대운산 내운암 계곡에 가보시라. 가서 나무를 만나보시라. 풀과 꽃과 돌과 흙 내음을 맡아보시라. 새소리와 물소리를 들어보시라. 숲길을 걸으며 살아있음을 느껴보시라. 땅속 벌레를 생각하시라. 지구에 잠시 살다가 가는 생명들을 기억하시라. 마침내 인간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상상해 보시라. 그리고 멍때려 보시라. 그림=최종국 한국화가·글=문영 시인
※QR코드를 찍으면 은은한 수묵에 담은 대운산 내원암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김은정 인턴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 곳곳 버려진 차량에 예산·행정 낭비
  • [지역민도 찾지 않는 울산의 역사·문화명소]울산 유일 보물 지정 불상인데…
  • 확 풀린 GB규제…울산 수혜 기대감
  • 궂은 날씨에도 울산 곳곳 꽃놀이 인파
  • [기고]울산의 랜드마크!
  • 이재명 대표에서 달려든 남성, 사복경찰에게 제압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