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을 휩쓸고 간 제6호 태풍 카눈으로 인해 다음 달 중순 첫 출하를 앞둔 울산 울주군 서생면의 배 농가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다. 더욱이 농작물재해보험을 든 농가라도 떨어진 낙과에 한정돼 있어 재해 보험 보상 대상 기준에 대한 보완 필요성이 제기된다.
지난 11일 서생면 용리의 한 배 농가. 과수원 바닥엔 신문지에 싸인 채 떨어진 낙과들로 가득했다.
해당 농가는 태풍이 상륙하기 전 나무와 배를 끈으로 고정 시키는 등 만반의 대비를 갖췄지만 심한 강풍 탓에 무용지물이었다.
떨어진 배들은 맛이 들지 않아 가공용으로 사용할 수 없고 모조리 폐기 처분된다. 게다가 강풍을 견디고 나무에 매달려있는 배들도 신문지를 벗겨보면 상처가 나 대부분 썩게 되고, 가지가 바람에 심하게 흔들려 고사할 수도 있어 상품성을 상실했다.
김상규(80·울주군 서생면)씨는 “지난 4월 저온피해를 겪어 어렵게 과수를 살려냈고, 초여름부턴 폭염이 찾아와 배 생장 장해를 막기 위해 애썼다”며 “하지만 태풍까지 덮치는 바람에 올해 농사는 망한 듯 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울산배 주산지인 서생면은 260여농가, 277㏊에서 배를 재배한다. 서생농협은 태풍이 지나간 뒤 농가 현장을 돌며 피해 정도를 조사한 결과 평균 40~45%의 낙과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를 비롯해 최근 몇년 간 이러한 상황들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농가들은 사실상 농작물재해보험에 기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돼 있더라도 보상 대상이 낙과에 한정돼있어 태풍에 어렵사리 견디더라도 상품성 하락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가 없다.
이에 지역 농업계에서는 관련 보험 보상 대상 기준에 대해 현실에 맞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국회에서는 국가가 보험료의 70% 이상을, 지자체가 20% 이상을 부담하도록 하도록 하는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최남식 서생농협 조합장은 “나이 든 어르신들이 대다수인 농가들이 낙과배를 폐기 처분할 때 필요한 인건비만이라도 지원해 줄 것을 군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날 서범수 국회의원, 이순걸 울주군수 등도 해당 농가 등을 방문해 대책 마련에 힘쓰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지난 11일부터 농가별로 피해 접수를 받고 있다. 하지만 농작물재해보험을 든 농가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어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군 관계자는 “현재 남아 있는 예산 상황을 본 뒤 관련 대책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재권기자 jaekwon@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