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그래픽 태화강]선사인의 ‘바위 도화지’…스토리가 있는 그림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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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그래픽 태화강]선사인의 ‘바위 도화지’…스토리가 있는 그림 그려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0.03.05 2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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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太和江百里:27. 대곡천과 반구대 암각화(하)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그림들
육상동물·고래·사람 등 생생히 묘사
울산암각화박물관, 7년전 307점 확인
기하학 무늬인 천전리 암각화와 대조

당시 환경 유추할 수 있어
수중동물중 대부분은 고래 그림으로
고래 종류와 행동들 상세하게 묘사돼
고래잡이 도구와 사냥 장면도 새겨져
호랑이 그림도 10개…주서식지 추정


반구대 암각화는 반구대(포은대)에서 대곡천을 따라 1㎞정도 내려가면 있다. 외지 방문객들은 암각화와 반구대를 혼동하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둘은 엄연히 다르다. 반구대는 집청정(集淸亭) 앞 기암절벽을 말하고 ‘반구대 암각화’는 문화재(국보 285) 이름으로, 반구대에서 한참 하류쪽으로 내려가면 있다. 반구대와 ‘반구대 암각화’는 1㎞정도 떨어져 있지만 풍광은 전혀 다르다.

반구대 암각화의 바위그림은 너비 8m, 높이 3m 가량의 주 암면에 집중적으로 새겨져 있다. 바위면의 방향은 북향이며, 바위 윗부분은 모자의 창처럼 튀어나와 있어 비를 잘 맞지 않는다.

반구대 암각화는 발견 이후 오랜 기간 비지정 문화재로 있다가 1982년 8월 경상남도 기념물 제57호로 지정됐으며, 1995년 6월에 비로소 국보 285호 지정됐다.

▲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사람 형상의 그림들.

그림의 주 내용은 호랑이·사슴·멧돼지 같은 육상동물과 고래, 그리고 사람 등이다. 천전리 암각화에는 기하학적 무늬가 많이 있는 반면 반구대 암각화에는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그림들이 많다. 그림 숫자는 1984년 <반구대> 보고서에는 191점으로 소개돼 있으며, 2000년 울산시가 울산대학교 박물관에 의뢰한 용역에서는 300점이 확인됐다. 이어 2013년 울산암각화박물관은 307점으로 보고했다.

반구대 암각화를 가장 세밀하게 관찰하고 그 내력을 공부할 수 있는 곳은 울산암각화박물관이다. 울산암각화박물관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암각화 전문 박물관이다. 2008년 5월30일 울산암각화전시관으로 개관했으며, 2010년 4월에 울산암각화박물관으로 등록했다. 박물관은 고래를 형상화한 건물로 전시실은 중층 구조로 되어 있다.

▲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육지동물 그림들.


◇사람들

인물상은 전신(全身)과 얼굴 그림이 있다. 사지를 좌우로 벌린 사람은 아마도 주술사로 추정된다. 활을 쏘고 있는 사냥꾼, 창 또는 작살을 들고 있는 사람, 두 손을 눈 위에 올리고 멀리 바라다 보는 사람도 있다. 이 중 눈·코·입 등 얼굴 윤곽을 그대로 새긴 그림은 압권이다.
 

▲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호랑이 그림들.

◇수중 동물과 육지 동물

동물은 수중동물과 육상동물로 구분할 수 있다. 종류는 20여 종에 달한다.

우선 수중동물은 고래·바다거북·상어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고래 그림이 대부분이다. 고래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북방긴수염고래·혹등고래·참고래·귀신고래·향유고래·범고래 등은 그림을 자세히 보아도 종류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다. 새끼를 업은 어미 고래, 배 줄무늬를 드러내고 물 위로 도약하는 대형 고래, 작살 맞아 몸통을 비틀고 있는 고래 등이 잘 표현되어 있다. 대곡천의 선사인들은 고래의 생태적 특징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음을 나타내 준다.

육상동물은 백두산사슴·꽃사슴·노루·고라니·호랑이·표범·늑대·여우·너구리·멧돼지 등이 그려져 있다. 그림은 대부분 측면으로 묘사돼 있다. 가마우지로 보이는 바다 새가 부리에 물고기를 물고 있는 모습은 매우 흥미롭다. 또 호랑이는 10마리가 선명하게 그려져 있어 이 일대에 호랑이가 얼마나 많이 서식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고래잡이 그림들.

◇고래와 포경

반구대 암각화에는 고래잡이에 필요한 각종 도구들이 그려져 있다. 배와 작살, 부구(浮具) 등이 생생하게 표현돼 있다. 배를 타고 작살과 부구를 사용해 고래를 사냥하는 장면은 당시 울산 해안에서 고래사냥을 했음을 알려준다. 특히 고래의 크기에 비해 여러 사람이 타고 있는 배는 매우 작게 그려져 있어 고래와 배의 크기를 비교할 수 있도록 해준다.

글=이재명 논설위원 참조=울산암각화박물관, 울산대곡박물관, <반구대암각화의 비밀>(2016, 울산대학교 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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