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겨울 울산 울주군 회야강에 찾아온 귀한 손님인 황새가 올해는 찾아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울주군이 주민 안전 및 농경지 침수 예방을 위해 준설 작업을 하면서 황새 서식지 일대를 훼손했기 때문이다. 밀렵 등을 막기 위해 멸종위기종 등의 위치는 비공개하는 게 원칙이지만, 적어도 공공기관은 이를 공유해 이런 사태를 막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5일 울주군 온산읍 덕신리 덕망교 일원. 유량이 부족한 듯 회야강이 강바닥을 일부 드러내고 있다. 강변은 베어진 풀과 자갈, 돌들이 빼곡해 새들이 숨을 곳이 없어 보인다.
울주군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사이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인 황새가 북구와 울주군 온산읍 덕신리 덕망교 일원에서 둥지를 틀고 월동했다.
덕망교 일원은 지난 2022년 태풍 힌남노 당시 농경지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덕망교 일원의 침수가 잦은 이유는 유역 내에 나무와 풀 등 지장물이 많고 퇴적토가 쌓여 집중 호우시 강물의 흐름이 정체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러한 점이 황새에겐 이점으로 작용해 서식지로 사용됐다.
잦은 침수 피해를 우려한 오산·덕산마을 주민들은 군을 상대로 회야강 일대 2.9㎞ 구간에 대한 준설 및 제방 정비를 요청했다.

군은 오는 10월 회야강이 국가하천으로 편입된 이후 정부에서 하천 기본·정비계획을 수립하는 점을 고려해, 2억4500여만원을 들여 덕망교 일대 300m 구간만 준설했다.
하지만 하필이면 준설 구간에 황새 서식지가 포함돼 있었다.
이에 대해 군은 황새 서식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있었다면 다른 대안을 마련했을 거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야생동물 서식지에 대한 상세 위치는 밀렵 등을 이유로 공유되지 않는다.
준설 작업 전 하천기본계획 등도 사전 검토했지만 황새 서식지는 반영돼 있지 않아 공사 지점이 서식지인지 알 수 없었다. 군의 항변에 이유가 있는 셈이다.
문제는 황새와 같은 철새들은 한 번 훼손된 서식지는 다시 찾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에 인간과 야생동물이 공생할 수 있도록 생태지도 작성 등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승민 짹짹휴게소 대표는 “회야강을 찾은 황새는 복원 개체가 아닌 자연 발생 개체라는 점에서 희귀하다”며 “준설작업이 한 번 이뤄지면 일대 하천 생태계(먹이사슬)는 파괴된다”고 말했다.
김수경 예산황새공원 야생복귀 연구 팀장은 “생물다양성이 중요한 시점이다. 치수만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생물들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준설 구간을 일괄적으로 공사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구간을 순차적으로 준설해 생물들이 피난할 수 있는 ‘피난처’를 남겨둬야 한다”며 “기존 하천 관련 공사 방식에 생태계 교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공법 적용뿐만 아니라 하천 생태계에 대한 정보들을 공유하는 방법들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