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소방영웅]김진우 남울주소방서 119구조대 2팀장 , “육체·정신적 건강 챙겨 트라우마 극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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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소방영웅]김진우 남울주소방서 119구조대 2팀장 , “육체·정신적 건강 챙겨 트라우마 극복해야”
  • 오상민 기자
  • 승인 2024.07.04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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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우 남울주소방서 119구조대 2팀장
“소방 일도 중요하지만, 운동 같은 개인 취미 생활도 병행해야 오래 갈 수 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울산의 다양한 재해 현장에 맞서 화재 진압 및 구조 활동으로 수많은 인명을 구한 베테랑 소방관이 울산에 있다. 본보는 3일 남울주소방서 119구조대 2팀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김진우 소방위를 만나 오랜 소방 생활의 어려웠던 점과 후배 소방관들에게 당부할 점에 대해 들어봤다.

김 팀장은 소방관이 되기 전 특전부사관으로 4년 반 동안 근무했다. 당시 많은 군대 선임이 소방관으로 임관하는 모습을 보고 김 팀장도 소방관의 꿈을 키웠다. 그는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감동이 한반도를 덮친 지난 2002년 특수부대 출신 특채로 임관해 현재까지 22년 동안 근무하며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소방관이다.

김 팀장은 지난 2020년 수많은 이재민을 만든 남구 삼환아르누보 화재 때 남부소방서 구조대 팀원으로 화재의 최전선에 있었다.

이 화재는 건물 12층부터 33층까지 외벽을 태우고 93명이 병원에 옮겨진 대형 사고로 기록됐다. 소방관 930여명, 소방차 148대, 소방헬기 4대가 투입됐다. 화재 발생 이후 약 15시간40여분 만에 진화됐고, 소방대원 1명을 포함한 93명(중상자 3명)이 병원 이송됐지만 사망자는 없었다.

김 팀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15층부터 한참을 위·아래로 뛰어다니며 잠긴 문을 다 열어보고 수색 작업을 진행했다. 옥상으로 올라가자 대피해 온 24명의 요구조자가 있었고 이들을 데리고 내려가야 했다”며 “소방관이야 각종 장비를 차고 있어 비교적 안전하지만, 시민들은 조금만 잘못돼도 생명에 지장이 갈 수 있어 조심스러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전한 통로를 우선 확보한 뒤, 팀장의 지시를 따라 한명의 낙오자 없이 모두 안전하게 탈출시킬 수 있었다”며 “지금까지의 소방 생활 중 그 당시가 제일 힘들었던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김 팀장은 “화재 당시 벤츠 딜러사인 ‘스타자동차’에서 소방관들을 위해 전시 공간을 내줬고 식사와 간식도 제공해 줬다. 우리는 몸에 잿가루가 많아 공간이 더러워질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우리를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해줘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 구조 활동을 이어가던 그도 어느덧 팀원들을 이끌게 됐다. 유사시 책임을 지고 지시해야 하는 자리까지 올라온 것이다.

김 팀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한 시기 팀장이 돼 어수선한 분위기가 있었지만, 구조 대장이나 선배들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팀장이 돼보니 대원으로 현장을 누빌 때보다 더 큰 책임감과 부담감이 교차한다”고 털어놓았다. 남울주소방서의 경우 주변에 S-OIL이나 고려아연 등 기업과 진하해수욕장, 주택 단지 등 출동 종류가 다양한 만큼 지휘에 적잖은 부담이 있다는 설명이다.

저연차 소방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명 구조 실패에 따른 트라우마 극복 방법에 대해 김 팀장은 “거리 및 상황, 출동 시간 등 다양한 요인 등으로 100% 인명 구조는 어렵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구조 실패에 따른 충격으로 슬픈 생각이 들면 운동을 하고 몸을 움직여 극복하려고 해야 한다. 후배들에게 정신과나 심리 상담 등을 권장하고 있다. 창피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치료를 받으면 더 나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우 팀장은 후배 소방관들에게 “소방관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후배들이 더 열정적으로 살아갔으면 좋겠다”며 “육체적 건강을 챙기는 동시에 정신적 건강도 잘 챙겨야 한다. 소방 일도 중요하지만, 개인 취미 활동도 많이 즐겨라”고 조언했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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