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화장품만큼은 저렴하다고 모두 좋은 것도, 비싸다고 모두 안전한 것도 아니다. 빠르고 편한 소비만큼, 정확한 정보에 근거한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20일 울산 동구 한 다이소 매장. 계산대 앞 화장품 진열대에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색조와 기초 제품이 어우러진 진열대는 마치 화장품 가게의 한 코너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쿠션, 립틴트, 톤업크림은 물론 ‘앰플샷’ 패키지까지 등장했다. ‘자극받은 피부, 진정 앰플샷’ ‘주름진 피부, 탱탱 앰플샷’ 등 제품 포장엔 효능을 연상케 하는 문구가 큼직하게 적혀 있다.
진열된 화장품은 대부분 3000~5000원대다. 패키지는 단출하지만, 뒷면을 살펴보면 국내 대형 ODM(제조자개발생산) 기업인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의 이름이 적혀 있다. 브랜드 대신 제조사를 내세운 구성은 소비자에게 또 다른 신뢰 요소로 작용한다.
매장 직원은 “특히 앰플 제품은 입고되면 빠르게 나간다”며 “화장품 사러 다이소 온다는 말이 요즘은 낯설지 않다”고 말했다.
다이소는 지난해 뷰티 카테고리 매출이 전년 대비 144% 증가했다고 밝혔다. 건강기능식품에 이어 화장품 시장까지 생활 밀착형 초저가 전략이 안착하고 있는 셈이다.
이마트, GS25, CU 등 유통 대기업들도 초저가 화장품 브랜드를 잇달아 출시하며 뒤따르고 있다. 유통 판도가 다이소를 기점으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지역 한 피부과 전문의는 “다이소 제품이라고 무조건 나쁜 건 아니지만, 특정 성분에 민감한 소비자라면 반드시 전 성분을 확인하고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소비자 혼란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제기된다.
해당 제품들은 대부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등록된 일반화장품이다. 보습, 세정, 색조 등 일상적 피부 관리 목적의 정식 화장품으로,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다만 미백, 주름 개선, 자외선 차단 등 특정 효능을 표방하려면 식약처의 별도 심사를 거쳐 ‘기능성화장품’으로 등록돼야 하고, 이를 통과하지 않은 일반화장품은 효능을 직접 광고하거나 강조할 수 없다.
대한화장품협회 관계자는 “기능성을 직접적으로 표기하지 않아도 소비자가 오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디자인되는 제품들이 늘고 있다”며 “정보 비대칭 상황에서 유통채널이 커질수록 기준이 모호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사진=오상민기자 sm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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