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태화강국가정원은 정원전시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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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태화강국가정원은 정원전시장이 아니다
  • 정명숙 기자
  • 승인 2019.10.27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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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TEAF)가 27일 막을 내렸다. 10일간 계속된 미술제에는 남녀노소 다양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강북쪽 태화강대공원이 아닌 강남쪽(삼호동) 철새공원으로 장소를 옮겨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까 걱정했으나 의외로 특정계층이 아닌 어린이부터 노인들까지 다양한 계층의 관람객들이 눈길을 끌었다. 선포행사 등으로 시끌벅적한 태화강대공원에 비해 조용한 철새공원이 미술제와 훨씬 더 어울리면서 품격을 지향하는 시민들을 끌어당긴 것으로 분석된다.

마지막 날인 27일 오전에 찾은 국제설치미술제에선 지난 10일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미술작품을 즐겼는지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흔적들이 온전히 남아 있었다. 일본작가 오쿠보 에이지씨의 작품인 ‘바람의 길, 물의 길’은 작품 속으로 들어가는 관람객들의 발길을 따라 잔디가 납작하게 드러누워 있었다. 새장과 의자, 그네로 구성된 밝은 분홍색 작품 강효명씨의 ‘사유의 공간’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네를 탔는지 바닥이 살짝 패일 정도였다. 작가의 의도를 자연스럽게 알아차린 어린이들은 작품을 만지고, 올라타고, 속으로 들어가는 등으로 쉽게 작품과 하나가 되기도 했다. 국가정원으로 승격한 태화강의 많은 문화행사 가운데 가장 장소성(場所性)을 잘 드러내는 행사가 바로 국제설치미술제라는 것이 절로 증명된 것이다. 국제설치미술제는 올해로 13년째다. 규모를 대폭 키운다면 태화강국가정원을 전국에 자랑하는 품격있는 문화관광상품이 되기에 충분하다.

태화강이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장소성이다. 도심 한가운데를 흐르는 생활하천이었던 태화강은 울산이 공업도시로 급성장하면서 오염의 상징이 됐다가 시민의 힘으로 생태하천으로 재탄생해 시민공원으로 자리매김한 특별한 성격을 지닌다. 이같은 장소적 특성이 없었다면 다른 어느 도시에나 있는 도심하천의 하나에 불과했을 것이며 국가정원으로 지정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시민들과 어우러진 자연하천, 그 자체가 바로 국가가 인정한 정원인 것이다. 그 속에 알록달록 정원을 꾸며 채워넣는 것은 공연히 예산만 축내는 옥상옥에 다름아니다. 태화강국가정원이 정원전시장처럼 이용돼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25일 열린 ‘태화강국가정원 지정과 미래 비전’이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준선 순천대 산림자원학과 교수의 말 가운데 “태화강 국가정원을 중심으로 도시 전체를 정원화하는 수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태화강은 이제 국가정원이라는 브랜드를 얻었다. 우리는 그 브랜드를 디딤돌 삼아 울산시가 ‘가든시티’로 도약할 수 있는 품격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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