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애플의 이익과 미국의 국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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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애플의 이익과 미국의 국익
  • 경상일보
  • 승인 2024.03.2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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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희 미국 변호사

지난 3월21일, 미국 법무부가 반독점법(antitrust law) 위반을 이유로 자국 기업 애플(Apple Inc.)을 제소했다. 애플이 독점 시장을 조성하기 위해 폐쇄적인 아이폰 생태계를 조성한 것이 합법적이었는지 판단을 받겠다는 것이다.

소장(訴狀, complaint)에서 미국 정부는 애플이 하나의 스마트폰 앱에서 여러 가지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혼합 구동 방식의 앱을 뜻하는 수퍼 앱(super app)들이 작동할 수 없게끔 차단했고, 스마트폰 앱이 기능하기 위해 필수적인 모바일 클라우드에서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한했으며, 애플과 안드로이드 등 복수의 모바일 운영 체제 간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앱에 제한을 걸었고, 모바일 지불 결제 서비스 이용에 필수적인 디지털 지갑은 애플 외 기업들이 개발한 제품을 구동하지 못하도록 제한했으며, 애플 외 기업들이 제조한 스마트워치 역시 제 기능을 쓸 수 없도록 제한해 왔음을 적시했다.

기업을 상대로 하는 반독점 사건과 관련해 원고 정부에게 유리한 판례와 법 제도를 두고 있는 미국 뉴저지주 연방법원에 전략적으로 제기된 이번 소송은, 지난 14년간 미국 정부가 애플을 반독점 위반으로 제소한 세 번째 사례이다. 제소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리사 모나코 법무부 부장관(deputy AG)은 애플의 행위들이 산업 전반을 질식시켰다(smothered)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애플 대변인 프레드 세인즈는 이번 소송이 애플이라는 기업의 정체성과 애플의 제품이 시장에서 갖는 강력한 경쟁 우위를 별개로 놓고 판단해야 하는 원칙을 위협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미국 정부의 이번 소장을 검토한 밴더빌트 대학교 로스쿨 앨런스워드 교수는 본건과 같은 공정거래 소송에서 일반적으로 주장될 수 있는 수위보다 훨씬 더 치밀한 주장과 논거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분석한 뒤, 원고 미국 정부가 단순히 침해 사례들을 나열하는 대신, 애플이 소비자들에게 사용 편의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시장점유를 유지하기 위해 자사의 제품과 아이폰 그리고 애플 제품에 탑재된 앱들을 어떻게 만들어 왔는지를 매우 일관되고 논리적으로 주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미국 스마트폰 시장 내 애플의 점유율은 65%로,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높은 가격을 지불함에도 떨어지는 품질을 감수해야 하는 애플의 생태계에 갇혀 타사 제품을 자유로이 선택하기 어렵도록 만들고 있다는 것이 애플에 대한 미국 정부의 주장이다.

1890년 셔먼법(Sherman Act) 제정으로 시작된 미국 반독점법은 산업화 결과 시장지배적 사업자들이 출현한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 오랜 역사와 법 집행 사례를 가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번 소송을 통해 애플에 대한 기업 분할 명령보다는 금지 명령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같은 취지의 법원 결정이 내려지는 경우 애플은 사업 수익의 기반이 되는 시장 지배력을 일정 부분 잃을 수밖에 없다. 기업의 이익이, 소비자에게 해가 되는 불공정한 사업 관행을 방지하고 공정한 경쟁을 촉진한다는 법의 목적에 우선할 수 없음을 이번 소송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소비자의 이익이 관련 업계 전 세계 1위인 자국 기업의 이익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공권력을 통해 일관되게 확인되는 것과, 법 집행에 친기업과 반기업을 덧씌우는 정치 왜곡이 시도되지 않는다는 것 모두 놀랍고 부럽다.

규제를 적대시하고 죄악시하며 이전으로의 역행을 치적으로 포장하는 행태와, 기업 이윤의 극대화에 국가 경제의 존망이 걸려있는 것처럼 과장하고 선동하는 익숙한 습관에서 벗어나, 이번 사례를 통해 이러한 미국의 시장경제 토양이야말로 좋은 기업들이 계속해서 나올 수 있는 근본적인 경쟁력은 아닌지 차분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이준희 미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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