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영남알프스 케이블카를 건설해서는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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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영남알프스 케이블카를 건설해서는 안되는 이유
  • 경상일보
  • 승인 2024.03.2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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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범 영남알프스케이블카반대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6년 전 울주군은 지금의 신불재 노선이 부적합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직접 밝힌 바 있다. 2018년 ‘행복케이블카 사업’은 공영개발로 추진했으며 울주군이 사업 주체였다. 당시 울주군이 낙동강유역환경청(이하 낙동강청)에 제출했던 환경영향평가서(표 11.1-5, 표 11.1-6)에 보면 지금의 신불재 노선은 울주군이 검토했던 11개 가능 노선 중에서 8번 노선이었다. 이 8번 노선에 대해 울주군은 상부정류장에 내린 등산객들의 등산로 이탈 우려, 공룡능선에 지주가 들어섬으로써 경관 훼손, 협소한 조망권(이는 곧 사업성과 직결됨) 등의 부적합 이유를 들어 3개의 후보 노선에서조차 탈락시켰다.

그런데 지금은 ‘최적의 노선’이라며 추진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사업은 당장 철회해야 마땅하다. 반대로 케이블카 예찬론을 펼지는 인사들은 유행가 가사처럼 ‘관광객 유치해서 지역 상권을 살리고 일자리를 늘린다’는 레퍼토리를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읊조린다. 하지만 선행 사례들을 보면 막연한 환상임을 알 수 있다. 현재 가동 중인 전국의 케이블카 중에서 흑자경영을 하는 곳은 다섯 손가락에 꼽기 어렵다. 20~30년 앞서 케이블카(로프웨이) 사업이 번창했던 일본 역시 시설 노후, 이용자 급감, 관리비 부담 등으로 사양길에 접어들었음이 객관적 사실이다.

민자로 추진하니까 괜찮다는 주장도 있으나 공영개발이든 민자든 실패하면 궁극적으로는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영남알프스 케이블카는 전액 사업자부담으로 지어서 울주군에 기부채납 한 다음 독점 운영권을 받아 운영하다가 20년 후에는 울주군에 반납하는 조건이다. 울주군은 민간업자가 644억원을 들여서 지은 케이블카 시설을 ‘공짜’로 인수한다고 자랑하지만 과연 그럴까? 개장 초기에 몇 년은 흑자를 기록하기도 하지만 3년 이상 흑자를 이어가는 사업장은 거의 없다. 3년 이후도 보장하기 어려운데 20년 이후를 누가 어떻게 보장할까? 유행 지나고 기능 발휘하지 못하며, 시설 낡아서 관리 운영비만 잔뜩 떠안게 될 가능성 훨씬 높다. 그럼에도 환상에 불과한 케이블카 예찬론은 참으로 무책임하고 근시안적인 궤변이다.

영남알프스 케이블카를 반대하는 이유는 울주군이 밝혔던 신불재 노선의 부적합 사유 외에도 차고 넘친다. 지금 추진하는 상부정류장 예정지는 2018년 위치보다 동쪽으로 약 150m 이동했고, 해발고도는 70m쯤 낮아졌다. 공룡능선 경관 훼손은 똑 같다. 멀리서 보면 영남알프스에 거대한 빨랫줄이 걸리는 것과 같다. 조망 가능지역은 훨씬 더 협소해졌다. 낙동강청은 등산로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항구적인 단절방안을 마련하라’ 요구했는데 사업자와 울주군이 제시한 ‘항구적인 단절방안’의 실체는 산책로 데크를 2m에서 3.2m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웃 밀양 케이블카 사례를 보면 상부정류장이 개방형으로 열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즉 낙동강청에서 요구한 폐쇄형 조건은 이후 울산시 또는 울주군 공원위원회에서 민원을 이유로, 규제 완화를 명분으로 해제하면 그만이다.

이는 영축총림 통도사가 2018년에 이어 절대 반대에 나선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유네스코가 세계유산으로 지정한 통도사는 영축산 정상에서 북쪽으로 4㎞ 떨어져 있던 2018년 간월재 노선도 절대 반대했다. 그런데 지금 상부정류장 위치는 2㎞로 가까워졌다. 사업자와 울주군이 통도사를 무시하고 도발을 한 셈이다. 통도사는 산하 영축환경위원회를 중심으로 지난해 11월20일 반대 기자회견, 12월24일 상부정류장 답사, 1월27일 케이블카반대 산신제에 이어 3월21일 울주군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25년째 갈등을 지속하고 있는 케이블카 찬반 논란은 여전히 첨예하다. 22대 총선을 앞둔 지금이라도 공론화가 필요하다. 지역의 언론도 찬반 양쪽의 주장을 공평하게 보도함으로써 집단지성을 통해 지역의 오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기 바란다.

이상범 영남알프스케이블카반대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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