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울산 유림과 파리장서 사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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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울산 유림과 파리장서 사건(상)
  • 경상일보
  • 승인 2024.04.0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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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주환 울산향교 전교

‘파리장서 사건’은 3·1운동에 참여하지 못한 국내 유림이 중심이 되어 벌였던 항일운동이다. 이 운동에는 울산 유림 역시 직·간접으로 많이 참여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이러다 보니 다른 지역에서는 오래 전부터 벌여오고 있는 기념사업이 아직 울산에는 없어 아쉬움을 주고 있다.

울산 출신으로 이 운동에 직접 참여한 유림으로는 석암 이규린과 가산 이우락이 있다. 이들 둘은 이 운동 참여로 옥고를 치렀는데 이중 석암은 1차 파리장서 사건에 직접 서명까지 했다.

이외에도 당시 입암에 살았던 문암 손후익 역시 이 운동에 참여해 오랫동안 일제의 탄압을 받았다. 더욱이 울산은 파리장서 사건의 중심인물이었던 심산 김창숙이 여러 번 군자금을 모으기 위해 왔고, 그가 대전 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루다가 병보석으로 나온 후에는 울산에 있는 백양사에 머물기도 했다.

1차 유림 사건은 김창숙 등 유림 137명이 조선의 독립을 청원했던 명실상부한 유림 항일운동이었다. 청원서에는 당시 일제가 자행한 명성황후 시해와 조선 주권 찬탈과정을 폭로하는 글과 함께 조선 독립의 정당성이 들어 있다.

이 청원서에 직접 서명했던 석암은 학성이씨로 당시 웅촌면 석천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이곳에서 보내었다. 1차 유림 사건이 일어나자 왜경은 500여명의 유림을 체포해 조사를 벌였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애국지사들이 고문을 당하는 등 고초를 겪었다. 석암이 독립청원서에 서명할 때는 이미 64세로 이후 대구 형무소에서 오랫동안 옥고를 치렀다.

2차 유림 사건은 내몽고 지방의 미개간지와 황무지를 매입해 이곳에 무관학교를 세운 후 독립군을 양성하기 위해 필요한 군자금을 국내에서 모집하던 중 일어났다.

이때 심산은 전국을 돌면서 군자금 모금에 앞장서다가 1926년 경북경찰서 고등계 형사에게 검거되었는데, 이 사건으로 전국에서 엄청난 유림이 왜경에 잡혀 고문을 당하면서 고통을 겪었다.

심산은 군자금 모금을 위해 울산에도 자주 왔는데 1925년 11월에는 양산에서 울산으로 오던 중 언양에서 자동차가 전복되는 바람에 크게 다쳤다. 이때 손수 대소변까지 받아내면서 그를 돌보았던 사람이 입암마을에 살았던 문암 손후익이었다. 당시 심산이 군자금 모금을 위해 울산에 자주 온 것은 그의 사돈이 울산에 살았기 때문이었다. 심산의 큰딸 덕기가 당시 웅촌에 시집 와 살고 있었다. 심산의 사돈은 울산의 거부 이재락으로 만석꾼이었다.

심산이 군자금을 모을 때 이재락은 많은 돈을 내었을 뿐 아니라 스스로 군자금 모금에 앞장서다가 옥고를 치렀다. 이옹은 심산이 국내에서 모금키로 했던 20만원의 군자금이 절반도 모이지 않자 1926년 3월 범어사에서 소액을 내어놓은 부호에게 더 많은 돈을 낼 것을 요청하는 밀의를 하다가 체포되어 다음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선고를 받았다.

독립운동은 이 옹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의 장남 동립도 장인 심산의 뜻을 받들어 군자금 모금에 앞장섰다. 동립이 군자금 모금에 나선 때는 1926년 1월로 이 무렵 동립은 독립운동가 정수기와 이종락 등 지인에게 군자금 모금을 지시하고 지금까지 모인 군자금을 어떻게 중국까지 가져갈 것인지를 범어사 금강암에서 심산과 협의했다.

심산은 대전형무소에서 병보석으로 풀려난 후 울산으로 와 백양사에 머무는데 이때 울산 유림의 도움을 받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심산은 백양사에 있는 동안에도 군자금 모금을 했다. 그는 백양사에 있는 동안 며느리 손응교를 통해 독립운동가에게 서찰을 보내는 등 항일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쳤다.

엄주환 울산향교 전교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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