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고 건조한 날씨에 독감 환자 급증
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기준 전국 414개소 응급실을 찾은 전체 환자 수는 1만8412명으로 집계됐다. 전주인 16일에는 환자 수가 1만5865명이었는데. 일주일 만에 2547명(16%)이 늘었다.
증가한 환자 대부분은 중등증 이하로 나타났다. 2547명 중 1180명은 경증·비응급에 해당하는 KTAS(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 4~5등급이었고. 1178명은 중등증인 KTAS 3등급이었다. 중증인 KTAS 1~2등급은 189명으로 증가 폭이 비교적 작았다. 응급실 일평균 환자 수는 코로나19가 재유행하던 지난해 8월 2만명 가까이 치솟았다가 이후 점차 줄어 11월엔 1만3000명대까지 내려왔다. 그러다 동절기에 접어들며 환자 수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평일 일평균 기준 응급실 환자 수는 11월4주(24~30일) 1만3642명. 12월2주(8~14일) 1만3888명. 12월3주(15~21일) 1만5060명으로 나타났다.
응급실 환자가 급증한 데에는 겨울철 호흡기 질환 유행이 본격화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달 15~21일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독감)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 수는 31.3명으로 전주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달 20일부터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가 발령 중이다.
이처럼 겨울철에 호흡기 질환이 증가하는 이유는 공기가 차고 건조하기 때문이다.
채강희 울산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찬 공기는 코와 기관지를 자극하고 기침과 콧물 등의 호흡기 증상을 유발하며, 건조한 공기는 기도 점막을 건조하게 만들어 이물질이나 세균 등에 대한 정상적인 호흡기 방어능력을 떨어뜨려 호흡기질환에 취약하게 만든다”며 “또한 차고 건조한 공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기도 수축을 유발하기 때문에 기존에 천식이 있는 환자들은 겨울철에 천식 증상(기침, 가슴 답답함, 호흡곤란, 쌕쌕거림)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채 교수는 또 “더욱이 겨울철 공기는 호흡기 바이러스가 생존하는데 유리한 환경이고, 추운 날씨로 인해 실내 생활이 늘어나고 습기가 낮아 쉽게 퍼지는 특징이 있다”고 덧붙였다.
◇외출시 마스크 착용…실내 습도 유지
대표적인 호흡기 바이러스로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호흡기세포융합 바이러스(RSV)가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매년 계절성 유행을 일으키며 특히 어린이, 고령자, 만성 심폐질환자에게 중증 합병증 위험이 크다. RSV 역시 생후 2년 내 거의 모든 아이가 감염될 정도로 흔하며, 고위험군 아동에게는 모세기관지염 및 폐렴을 유발한다. 그 외에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감기 유발 코로나) 등도 겨울철 호흡기질환을 일으킨다.
대다수 성인은 경미한 상기도 증상(콧물, 기침, 목 통증 등)을 겪으며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이 지나간다.
그러나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 고령자, 기저질환자는 기도가 좁거나 기저 폐 기능이 저하되어 있어 바이러스가 하기도(기관지, 모세기관지, 폐 조직)로 확산되면서 폐렴으로 악화할 수 있다. 이는 호흡곤란, 저산소증, 중증 호흡부전으로 이어져 입원 치료. 집중 치료 혹은 인공호흡기 지원이 필요하게 될 수 있다.
채 교수는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은 종종 폐렴을 일으키며 심한 경우 합병증으로 세균성 폐렴으로 진행될 수 있다”며 “따라서 초기 증상들이 호전되어도 기침, 가래, 미열 등 오랜 기간 증상이 지속되면 가까운 의료기관에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생활습관 개선이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하다. 손 위생과 개인위생이 중요하다. 비누로 20초 이상 손을 씻고, 기침 에티켓(옷소매로 입과 코 가리기)을 지켜야 한다. 이러한 실천은 바이러스 전파 감소에 기여한다. 또 실내 환기, 적절한 습도로 공기의 질을 유지하는 것과 사람의 밀집도를 감소시키는 것은 바이러스가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 수 있다. 특히 외출시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 비말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채 교수는 또 “충분한 영양섭취와 휴식을 통해 정신적, 신체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너무 집안에만 웅크리고 있는 것은 오히려 체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따뜻한 낮에는 외부활동을 하면서 햇볕을 쪼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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