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자 50·60대 60%…여성 2배 많아
뇌동맥류는 뇌동맥이 꽈리처럼 불룩해진 상태를 말한다. 뇌졸중(뇌경색, 뇌출혈)처럼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뇌혈관 벽이 혈역학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올라 풍선처럼 약해지면서 미세한 균열이 생기거나 파열되면 뇌출혈을 일으키는 응급질환이다.
시한폭탄에 비유될 정도로 출혈 시 치명률도 높고 신경학적 후유증도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다만 일반적으로 뇌동맥류가 뇌를 누를 정도로 커지거나 파열되기 전에는 큰 증상이 없어 지나치기 쉽다.
동강병원 신경외과 김현수 전문의는 “파열 시 지주막하출혈이라는 동맥성 뇌출혈을 일으켜 병원 도착 전에 약 20%가 사망하며, 치료 중에도 많은 환자가 생명을 잃는다”며 “또한 생존하더라도 절반 가량의 환자에게 크고 작은 후유장애를 남기며, 완전한 회복이 어려운 무서운 질환”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비파열성 뇌동맥류로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은 환자는 모두 3만147명으로 2011년 1만1005명 대비 10년간 약 2.7배 늘었다. 연령별로는 60대가 32.0%로 가장 많고 50대 29.8%, 70대 18.4%, 40대 12.3% 순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또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뇌지주막하출혈로 입원치료를 받은 환자도 2011년 5390명에서 2021년 6071명으로 12.6% 증가했다.
이처럼 뇌동맥류는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발병률이 높다. 특히 여성의 뇌동맥률 발병률은 폐경기 이후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수 전문의는 “이는 여성 호르몬의 감소와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혈관벽 구성 성분의 차이가 남녀 간 발생 빈도 차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폐경 전 여성에서도 발병률이 높은 점을 고려할 때, 유전적 요인과 혈관벽의 구조적 차이가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대부분의 뇌동맥류는 파열 전까지 증상이 없다는 데 있다. 드물게 동맥류가 커지면서 신경을 압박하거나 뇌압을 상승시켜 안검하수, 복시, 만성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나, 이는 전체 뇌동맥류의 1%에 불과하다.
◇사전 관리와 조기 대처 필수
뇌동맥류는 건강검진 중 뇌 CT 혈관촬영(CTA) 또는 뇌 MRI 혈관촬영(MRA)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김 전문의는 “최신 CT와 MRI 기술은 0.5㎜ 이하의 미세한 병변도 진단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으며, 조기 발견에 기여하고 있다”며 “발견된 뇌동맥류는 확진과 평가를 위해 정밀 검사인 뇌혈관조영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뇌동맥류 치료 방법으로는 코일 색전술과 클립 결찰술이 있으며, 환자의 상태와 동맥류의 형태에 따라 적합한 방법을 선택해 치료하게 된다.
코일 색전술은 허벅지 대퇴동맥을 통해 작은 관을 뇌동맥류에 유치하고 백금코일을 넣어 치료하는 방법이며, 클립 결찰술은 두개골을 절개해 뇌동맥류를 찾아 결찰(혈관을 묶거나 한 부분을 조이는 방법)하는 방법이다.
뇌혈관내 코일 색전술은 혈관 내 치료 기구의 발달로 대부분의 뇌동맥류에서 많이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재발률이 결찰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문의는 “환자의 상태, 동맥류의 위치 및 크기에 따라 치료법이 결정된다”며 “최근에는 회복이 빠르고 덜 침습적인 코일 색전술이 선호되지만, 동맥류의 위치에 따라 클립 결찰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뇌동맥류 예방을 위해서는 혈압, 혈당, 체중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고,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한 생활습관과 꾸준한 관리는 파열의 위험을 줄이는 핵심적인 예방 방법이다.
특히 겨울철 혈압 관리에 유의해야 하며, 기온 변화가 클 때에는 무리한 신체 활동을 피하고 규칙적인 혈압 체크가 필요하다.
김 전문의는 “뇌동맥류 예방에는 혈압과 혈당을 적절히 관리하고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기적인 검사와 건강 관리 습관을 통해 위험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뇌동맥류는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가 필수적이다. 뇌 건강을 지키기 위해 꾸준한 관심과 예방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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