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50)동창이 밝았느냐-남구만(1629~17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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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50)동창이 밝았느냐-남구만(1629~1711년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5.01.10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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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삶에 대한 경계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 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약천집>

 

▲ 한분옥 시조시인
▲ 한분옥 시조시인

새해가 밝았다. 다시 봄으로 가는 시간 열차를 탔다. 새벽하늘을 가르며 나는 새들의 지저귐을 듣는다. 창문이 훤히 밝아오는 것을 보는 것, 날마다 오는 하루를 마중가듯 새벽을 기다려서 맞는 것, 그 하루는 또 얼마나 큰 의미가 더 있는 것이다. 억지로 일어나서 겨우 아침 창문을 여는 사람과 얼마나 다른 인생을 사는지 인생의 마지막을 보면 깨닫을 수 있겠지만 그때는 이미 늦지 않겠는가.

그래서 어른들은 아이들을 일찍 깨워 대문을 열게 하고, 일이 없으면 대밭에 참새라도 쫓아라고 한다.

아이들도 일찍 깨어나서 하루를 설계해야 할 시간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처럼 어른도 아이도 자신을 다잡아야 할 시간이 아침이다. 새 날이 밝는다는 것, 새 아침이 우리 앞에 당도 해 있다는 것, 이 모두가 크나큰 축복인 것을 누리 듯 즐기듯 하루를 품어서 스스로의 인생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머지않아 연둣빛 새잎이 온 들을 물들일 것이요, 구름은 둥실, 하늘은 높고 바람은 산들, 볕이 솔솔 스며드는 그런 날들이 오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삶은 자연의 이런 축복을 똑같이 누린다는 것, 못났거나 잘났거나 그건 모두 인간의 잣대에 불과하고 자연은 인간을 두루 평등하게 대하여, 똑같은 공기와 물과 태양을 내려 쪼여 주는 것이다. 그러한 축복 속에서 욕심내지 말고 능력껏 힘껏 살아볼 일이다. 가진 사람, 잘난 사람들 속에서도 기죽지 않을 이유가 다 있는 것이다. 자연의 대접을 충분히 받고 또 누리고 사는데 뭘 그리 욕심을 내겠는가. 이만하면 잘 살고 있는 것이다.

남구만은 조선 숙종 때의 문신으로 호는 약천(藥泉)이다. 소론의 대표적인 인물로 영의정을 지냈지만, 남해로 유배를 와서 아름다운 경관과 유순한 민심을 품고 여생을 보냈다. ‘동창이 밝았느냐’ 외 900여 수의 시를 지어 우리나라 문학사에 큰 업적을 남겼다.

머지않아 물가에 바위마다 푸른 이끼가 앉고 세월은 소리없이 쌓여 더욱 푸를 것이다.

핞분옥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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