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대표적 민간 소공연장인 CK아트홀이 계속되는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15년 만에 공연사업을 접기로 하면서 지역의 문화예술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공연의 형태가 바뀌고 축소되면서 사실상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지역 문화예술계는 CK아트홀을 시작으로 지역 공연사업은 물론 연극 창작활동까지 위축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운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지역 민간 소공연장의 실태와 활성화 대책 등을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지난해 12월31일 기준 울산시에 등록된 공연장 현황을 보면 민간이 운영하는 300석 이하의 소공연장은 △아트홀 마당 △토마토 소극장 △소극장 푸른가시 △플러그인 △J아트홀 △예문아트홀 △CK아트홀 △제니스 문화센터 △공간 더 이음 △현대예술관 소공연장 △레미어린이극장 등 11곳이다.
CK아트홀이 1~2월 예정돼 있는 웃음작렬연극 ‘런투패밀리’를 끝으로 공연사업을 접으면 울산의 민간 소공연장은 10곳으로 줄게 된다.
CK아트홀이 공연사업을 접는다는 소식에 지역사회는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한 시민은 “친구 아들이 뮤지컬 배우라 오래전 CK아트홀에서 연극을 봤는데 좋은 문화 공간이 사라져 아쉽다”고 말했다.
문제는 CK아트홀 뿐만 아니라 울산의 다른 민간 소공연장들도 크고 작은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데 있다.
지역의 민간 소공연장 대표는 “관람료를 받는다고 해도 출연료, 세팅비 등을 빼면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만일 월세까지 부담해야하는 상황이었다면 민간 소공연장을 운영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민간 소공연장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고 제약만 많다”고 토로했다.
일반적으로 공연 하나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는 배우 출연료와 무대 설치비 등 적게는 2000만~3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3억원씩 소요된다. 상주단체나 지자체 등의 지원을 받는 사업이 아니면 극단 대표가 사비를 들여서 제작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민간 소공연장 대표는 “예전에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매달 공연을 진행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공연 사업 회복이 잘안되면서 일년에 4편을 무대에 올리는데 그치고 있다. 이와 함께 찾아가는 공연을 위주로 하며 소공연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통로가 다양해지면서 공연장을 찾는 시민들이 준 것도 민간 소공연장의 운영을 힘들게 하고 있다. 티켓 판매 만으로는 점점 운영하기 힘들어지면서 사실상 민간 소공연장은 지자체, 기관, 기업체 등의 지원이나 국비 공모사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다른 민간 소공연장 대표는 “사실상 민간 소공연장이 연습장으로의 역할 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예술 활동 전념 어려워
민간 소공연장 운영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도 점점 줄고 있다.
지역의 연극배우 A씨는 “많은 민간 소공연장들이 경영상 어려움으로 상설이 아니라 정기로 공연을 한다. 이에 예전에 비해 공연의 횟수가 많이 줄었다.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드니까 젊은 연극배우들이 울산을 오지 않으려고 한다”고 씁쓸해했다.
이에 대부분의 예술인들이 예술 활동에만 전념하지 못하고 ‘투잡’, ‘쓰리잡’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실정이다.
또다른 연극배우 B씨는 “극단 단원들 모두가 연극배우 외 다른 직업을 갖고 있다. 구조적으로 봤을때 연극을 전업으로 하기 힘들다”며 “연극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울산의 연극 수준이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 소공연장 대표는 “공연을 하고 수익이 나야 재공연을 하는데 국가에서 지원받은 사업의 경우 흑자가 나면 안되는 구조다. 공공에서 운영하는 공연장의 낮은 티켓 단가도 민간 소공연장들을 힘들게 한다”며 “민간 소공연장이 활성화돼야 시민들이 보다 다양한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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