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화강에 유채꽃이 활짝 피었다. 태화강에는 강물이 여전히 흐르지만 지금의 태화강은 강이 아니라 유채꽃 바다다. 유채꽃은 태화강 강물에 비치고 강물은 다시 유채꽃은 반사시켜 태화강은 물 속이나 물 밖이나 온통 유채꽃 밖에 없다. 1990년대 초 필자가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갔을 때 섬은 온통 유채꽃 바다였다. 그런데 지금 보니 태화강 100리 길에 유채꽃이 더 많다.
유채꽃이 노랑을 쏟았다/ 한들한들밭 가득한 샛노랑이/ 놀러왔던 나비 옷에도 묻고/ 꿀 따러 왔던 벌 궁둥이에도 묻었다/ 지나가던 바람이 제 몸에도 묻히겠다고/ 종일 꽃밭에서 뒹굴고 있다 ‘유채꽃밭’ 전문(김수희)

유채(油菜)는 김치나 나물을 해 먹었던 채소로, 제주도에서는 기름 짜는 ‘지름 나물’이라고도 했다. 식용유가 나오기 전에 제주도에서는 유채 기름을 썼다. 요즘 주방에서 흔히 사용하는 ‘카놀라 유(油)’는 캐나다에서 품종 개량한 유채에서 짜낸 기름이다. ‘카놀라(Canola)’는 영어 ‘Canadian oil low acid(Can-o-l-a)’의 머릿 글자를 따온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저(低) 산(酸) 캐나다 기름’이라고 번역할 수 있겠다.
카놀라유는 다른 식용유보다 튀김을 하는데 매우 적합하다고 한다. 이는 포화지방산의 함량이 매우 낮기 때문인데, 콩기름처럼 기름색이 검게 변하거나 기름 지린내가 안 나고, 깨끗하게 튀겨지는 것이 장점이다. 식용으로 쓰기 전 과거에는 호롱불을 켜거나 윤활유 용도로 썼다.
유채는 네 개의 꽃잎이 십자모양을 이루는, 무·배추를 닮은 십자화과(十字花科·배추과)의 두해살이 풀이다. 중국이 원산지로, 우리나라에서는 1962년부터 본격적으로 재배했다. 유채는 기름을 짜는 씨앗으로 사용되기도 했고, 벌이 꿀을 모아오는 밀원식물(蜜源植物)로 이용되기도 했다. 아시아, 유럽, 북미대륙 등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해 있으며, 중국, 인도 순으로 많이 재배한다. 특히 중국 남쪽 지방인 윈난성에는 광활한 면적에 유채밭이 펼쳐져 있어 세계 사진가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산 가까이/ 바다 가까이// 어디라도 좋아요/ 착하게 필 거예요// 같은 옷만 입어도/ 지루할 틈 없어요// 노랗게 익다 못해/ 나의 꿈은 가만히/ 기쁨이 되죠.// 하늘과 친해지니/ 사람 더욱 예쁘고// 바람과 친해지니/ 삶이 더욱 기쁘네요
‘유채꽃’ 전문(이해인)
이재명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