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풍과 건조한 날씨 등 자연적 요인에 더해 울산 산림의 수종 구조, 특히 소나무 집중 분포가 화재 확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수종 전환을 포함한 산림 정책 변화의 필요성이 다시 한 번 부각되고 있다.
27일 산림청 임업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으로 울산 전체 산림면적 6만7960㏊ 가운데 소나무 및 해송 등 침엽수림이 2만859㏊로, 전체의 30.7%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전국 평균(25.1%)은 물론 서울(11.8%), 경기(4.0%) 등 수도권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치다.
울산은 전국 특·광역시 중 소나무 숲 면적이 가장 넓은 지역으로, 산불 확산의 고위험 지역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자료에 의하면 소나무는 송진에 테라핀 등 정유 성분을 20% 이상 함유해 불이 잘 붙고 오래 타는 특성을 가진다. 활엽수보다 1.4배 뜨겁게 연소되며, 불꽃이 지속되는 시간도 2.4배 길어 산불 확산의 주된 매개 수종으로 작용한다. 특히 소나무는 겨울철에도 잎이 달려 있어 나뭇가지와 잎 사이로 불이 번지는 수관화(樹冠火) 발생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수십~수백m 떨어진 곳까지 불똥이 날아가는 비화(飛火) 현상도 잦다.
실제로 울주군 산불뿐만 아니라 최근 산불이 연이어 발생한 경북 의성,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지도 소나무 숲이 밀집된 지역이다. 산불 대응 과정에서 진화 인력들이 울창한 소나무림 사이로 접근하기 어렵고, 불길 확산 경로도 예측하기 어려워 애를 먹고 있다.
반면 서울과 경기지역은 활엽수림 비율이 높아 산불 확산 위험이 낮은 편이다. 서울은 전체 산림 중 23.1%가 참나무이며, 경기도도 20.5%에 달한다. 울산의 경우 참나무 비율이 15.6%(1만591㏊)로 상대적으로 낮아 내화성이 강한 산림 구조로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도 소나무 일변도의 산림 구조가 이제는 위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산업화 시기 황폐한 산림을 빠르게 복원하기 위해 대규모로 심었던 소나무가 오늘날에는 산불을 부추기는 주요 수종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산불에 강한 활엽수 중심의 수종 전환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소나무 재선충병 근절을 위해서라도 수종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울산시는 이미 소나무 재선충병 확산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매개충 조기 우화와 생존 기간 확대 등으로 재선충병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졌으며, 올해 방제 예산으로만 328억원이 편성됐다. 감염된 소나무는 수분이 급격히 빠지면서 내부가 썩고 부패해 외부 충격에 쉽게 쓰러질 수 있으며, 인명 및 재산 피해 위험도 상존한다. 재선충 피해목은 건조 상태가 극심해 산불 확산의 위험성도 높이고, 나아가 산사태 발생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처럼 소나무가 산불과 병해충에 모두 취약하다는 점에서 단순한 방제가 아닌 근본적인 산림 구조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소나무는 잘 자라고 관리가 쉬워 과거에 많이 심었지만,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는 명백한 단점이 있다”며 “주택가, 산업시설, 문화재 주변 등 보호가 필요한 지역을 중심으로 우선적인 수종 전환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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