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서 찾지 못한 코리안드림]3년만에 아프간 특별기여자 3분의1 탈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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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서 찾지 못한 코리안드림]3년만에 아프간 특별기여자 3분의1 탈울산
  • 김은정 기자
  • 승인 2025.03.3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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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8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면서 한국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협력했던 79가구 391명을 특별기여자로 수용했다. 이들은 초기 연수원 생활을 거쳐 전국 각지로 분산 배치됐는데, 그 중 29가구 157명이 울산 동구에 정착했다. 이후 3년여 시간이 흐른 가운데 적지 않은 이들이 울산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본보는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의 현황과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해법 모색 등을 네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사무직 출신 육체노동 못 견뎌

30일 울산시와 동구 등에 따르면, 울산에 현재 거주 중인 아프간 특별기여자는 17가구, 인원은 105명에 그친다. 3년여 만에 초기 정착자의 3분의 1가량이 울산을 떠난 셈이다. 사실상 무상 제공한 주택과 비교적 높은 수준의 임금에도 정착에 실패하고 울산을 떠난 이들이 많다는 것은 허투루 넘길 일이 아니다.

이들 중 대부분은 현장직 근무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다 결국 사무직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수순을 밟았다.

2022년 울산에 정착한 특별기여자들 중 가장 28명은 HD현대중공업 협력업체 10여 곳에 나뉘어 취업했다. 그러나 낯설고 고된 현장직 근무 환경 탓에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울산으로 배정된 가장 중 12명이 의사, 약사 등 의료계 종사자였으며 또 4명은 통역사, 경리 등으로 대부분 사무직 종사자 출신이었다. 그러나 울산에서 이들이 맡은 일은 용접, 도장, 철골 조립 등 고된 육체노동이었다. 본국과 다른 노동 문화로 적응에도 애를 먹었다. 아프간 이주민을 돕는 지역사회 관계자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한국보다 이른 나이에 은퇴를 준비한다. 또 교육 시간과 근무시간 역시 통상적으로 4~5시간 수준으로 짧은 경우가 많다. 반면 한국 조선업 현장은 하루 8시간 이상 강도 높은 노동이 필수적이다. 이에 비슷한 현장 경험이 없던 특별기여자들이 짧은 교육을 받고 투입돼 일하다보니 신체적인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에 다른 직장을 구하려 노력해봤지만 조선업 중심의 도시인 동구에서는 이들이 고국에서의 경력을 살려 일할 수 있는 업종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이들은 더 다양한 일자리가 있는 수도권 등지로 발길을 돌렸다.



◇경력 살려 수도권 이주 취업

실제로 가장 먼저 울산을 떠난 한 주민은 본국에서 일하던 경력을 살려 경기도의 한 제약회사에 사무원으로 취업했다.

조선업 협력업체의 임금도 탈울산의 원인이 됐다. 특별기여자들은 다른 업종의 외국인 노동자들에 비해서는 높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이를 많이 출산하는 아프가니스탄 가족의 특성상 외벌이만으로는 가족을 부양하기 어려웠다. 이에 가장 외에 아내 등의 벌이가 필요했지만, 조선업 중심 지역인 동구의 특성상 소일거리조차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 동안 이들을 지켜봐온 이정숙 울산동구가족센터장은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육체노동을 힘들어하는 외국인 주민들이 갈만한 취업처가 없는 것이 이탈의 가장 큰 원인이다”면서 “개개인 특성에 잘 맞는 체계적인 직업 교육과 정주 여건 향상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좁은 공동주택 거주도 원인

익숙하지 않은 거주 환경도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이 울산에 등을 돌린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특별기여자들은 HD현대중공업의 사택인 중앙아파트에서 무상으로 거주했는데, 문화적인 이유로 공동주택 생활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개인 주택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가족끼리 서로 간섭할 일이 적었다. 그러나 공동주택에 다 함께 거주하게 되면서, 특히 종교적 이유로 생활 방식이 다른 가정 간 충돌이 종종 발생했다. 이들은 한국 문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히잡의 착용 여부와 예배 방식 등의 차이로 서로 갈등을 빚었다. 일부 주민들은 한국 사회에서 경험하는 문화적 고립감과 언어 문제로 인해 외부와의 교류가 단절되면서 정착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체 생활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일부 가족은 사적인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기도 했다.

이정숙 센터장은 “아프가니스탄에서는 개별 주택에서 생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한국에서는 아파트 생활을 하면서 개인 공간이 제한됐고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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