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찾은 남구 장생포 일원의 ‘장생포 둘레길’. 길은 새미골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나오면 곧바로 안내 표지판과 함께 시작된다.
장생포 둘레길은 지난 1940년대 초 포장도로가 나기 전 장생포와 읍내를 왕래할 수 있었던 ‘장생옛길’을 정비한 길이다. 당시 옛 추억과 역사를 그대로 살리고자 △신위당 △천지먼당 △우짠샘 등을 조성하고, 둘레길 길목에는 벽화를 그려 예술적 요소도 더했다.
그러나 이날 확인한 현장은 바닥 곳곳에 휴지 등 쓰레기가 버려진 채 방치된 모습이었다. 일부 구간은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있었으며, 하천 옆으로는 벌써부터 날벌레가 꼬이기 시작했다.
특히 대부분 벽화가 빛이 바래졌다. 입구부터 그려진 벽화에는 습기와 이끼가 벽면을 덮어 군데군데가 푸른빛으로 변색돼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했다.
주말 장생포 둘레길을 찾았던 신모(56)씨는 “공영주차장에서 나오자마자 둘레길이 시작돼서 자연스레 둘레길을 걸었는데, 조성된지 오래된 것 같고 관리가 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최근 장생포에 체험시설을 많이 설치한다고 하는데, 접근성이 높은 둘레길도 정비하고 부족한 구경시설도 더 추가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구에 따르면 장생포 둘레길은 장생옛길 1길과 2길이 합쳐져 조성됐다. 1길은 지난 2018년 15억원, 2길은 14억원을 들였다.
조성된 지 약 7년이 지나면서 벽화 등 일대가 노후화돼 정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현재는 청소와 잡초 정리 등 기본적인 유지보수에 그치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올해부터 480억원 규모의 ‘남부권 광역관광 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돼 둘레길 관리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웨일즈판타지움 공중그네, 고래잠 조성, 장생아트플렉스 건립 등이 추진되면서 관광객은 점차 늘어날 전망이지만 사업 예산 중 기존 둘레길 정비로 편성된 별도 예산은 없어 둘레길이 장생포의 이미지를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구 관계자는 “둘레길 정비에 대해서는 별도 예산을 편성해 추진할 계획은 아직 없다”며 “기간제 근로자를 통해 둘레길 일대를 청소하거나 관리하고 있으며 불편이 없도록 살피겠다”고 말했다. 정혜윤기자 hy040430@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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