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2일 울주군 온양읍 운화리 한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해 931㏊의 산림이 불에 타는 등 큰 피해를 내고 엿새 만에 진화됐다.
울산 역대 최악으로 기록된 이번 산불은 야산 초입부에 설치된 한 농막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산림 당국은 농막에서 용접 작업 중 발생한 불티가 인근 농경지로 번졌고, 결국 초대형 산불로 확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
1일 찾은 해당 농막은 패널로 지어진 가설 건축물로, 곳곳이 철판과 철봉으로 용접돼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농기계 보관용이 아닌 본격적인 거주를 위한 시설로 보였다. 건물 뒤쪽으로는 검게 탄 농경지와 묘지가 펼쳐져 불이 번진 모양새가 여실했다.
인근의 한 주민은 “지난겨울 산불이 발생한 농막에서 지인들을 초대해 고기를 구워 먹는 등 취사 행위가 이뤄졌다”고 귀띔했다.
농막은 농작업 중 휴식 및 농자재 보관을 위한 가설건축물로, 관할 행정 당국에 신고만 하면 누구나 설치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숙박과 취사를 할 수 없지만 실제로는 주말 별장으로 쓰이거나 취사 장소로 활용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반면 단속이나 계도는 이뤄지지 않는다. 농촌이나 산자락 곳곳에 설치되지만,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하면 인근 주민의 신고조차 접수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상시 감독을 하기에는 관할 면적 대비 담당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농막으로 인한 화재도 끊이지 않는다. 울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비닐하우스와 농막에서 발생한 화재가 매년 10여 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가설 건축물 특성상 불이 나기 쉽지만, 소방시설을 제대로 갖춘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또 산림과 가까운 위치에 설치되는 경우도 많아 화재 발생 시 산불로 확산할 가능성이 큰 편이다.
소방 당국도 이런 농막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농막에 소화기, 일산화탄소 감지기, 단독경보형 감지기 등의 설치를 권유하도록 지자체에 안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용자의 시민의식에 기댈 것이 아니라 산불 감시원과 연계해 농막에 대한 계도·감독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울주군 관계자는 “안전신문고가 활성화된 이후 불법건축물에 대한 신고가 급증해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며 “이번 온양·언양 산불을 계기로 전반적인 문제점들을 점검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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