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산불 피해지역 대부분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지정돼 있어 임도 개설을 위한 행정 절차가 복잡하고 장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일 산림청과 울산시에 따르면, 울주군 온양읍 대운산 산불의 장기화 배경 중 하나로 ‘진입로 부족’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경사가 가파른 산지에 진화장비나 인력이 신속히 접근할 수 없어 초기 대응이 지연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비슷한 시기 울주군 내에서 발생한 두 건의 산불을 비교해보면, 임도가 개설된 언양읍 산불은 20시간 만에 진화된 반면, 임도가 부족한 온양읍 산불은 진화까지 6일이나 걸렸다. 이처럼 산불 진화에 있어 임도의 유무가 진화 속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31일 임상섭 산림청장이 울산을 방문했을 때 김두겸 울산시장이 “헬기 외에 인력을 투입해 진화하려면 임도 확보는 필수”라고 강조했고, 임 산림청장 역시 “산불 확산을 막기 위해 임도 확충이 필요하다”며 공감한 것이 단적인 예다.
문제는 임도를 개설해야 할 울산의 산림지역 대부분이 개발제한구역이라는 점이다.
개발제한구역은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을 방지하고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설정된 구역으로, 특히 울산처럼 산업화·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된 대도시에 집중적으로 지정돼 있다. 현행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 내에서 1만㎡ 이상의 면적에 임도를 개설하려면 국토교통부의 관리계획 변경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여기에 임도 개설에는 불가피하게 벌채가 수반되는데, 벌채 허가 역시 별도의 산림청 심사를 거쳐야 하므로 시간과 비용이 이중으로 발생한다. 특히 두 인허가를 동시에 받으려면 절차는 더욱 복잡해지고, 승인까지 수 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울산의 경우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산불 위험 지역이 주요 산업단지와 인접해 있다. 자칫 대형 화재로 확산될 경우 지역을 넘어 국가적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시는 ‘재해 예방’ 목적의 임도 개설을 별도의 허가 없이 가능하도록 특별조치법 개정을 건의할 계획이다. 현행 법령상에서는 농림수산업의 직접적 목적이거나, 긴급한 재해 복구에 한해서만 국토부 승인 없이 공사를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재해 예방’은 이에 포함되지 않아 사전 조치가 필요한 경우에도 규제에 막혀 제때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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