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중구 성안초등학교 학생들이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는 길을 오가며 위험천만한 통학을 하고 있다. 교육당국은 특수교육연구원 설립과 더불어 성안초 인근에 보행로를 조성하기로 했지만 내부 검토 과정이 길어지면서 조속한 집행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2일 찾은 중구 성안초 앞. 학교 정문 앞을 지나는 길에는 안전펜스와 함께 좁은 인도가 들어서 있지만 짧은 횡단보도를 건너면 인도는 없다. 학생들은 익숙한 듯 차로를 지나다녔다. 학생들이 도로로 불쑥 튀어나올 때 지나가던 차량이 급정거하는 아찔한 상황도 연출됐다.
성안초에서 백양로로 내려가는 길은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인도와 차도의 경계를 구분하는 것은 플라스틱 안전봉이 고작이다. 그나마도 한 명이 간신히 지나갈 너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은 길 중간중간 놓인 쓰레기나 오토바이 등 방해물을 피해 안전봉 바깥쪽 차도로 다니곤 한다. 차량 역시 보행자를 피해 중앙선을 넘나들었다.
등교시간대에는 교직원과 학부모들이 안전을 관리하고 있지만 하교시간에는 이마저도 어려워 사고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중구는 매년 어린이 보호구역 현황 조사를 실시해 관내 통학로를 정비하고, 성안초처럼 최소 보도폭이 확보되지 않은 곳은 교통탄력봉 설치, 불법주·정차 단속 강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학부모들은 여전히 불안해 하고 있다.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이모씨는 “안전봉이 설치돼 있긴 하지만 아이와 손을 잡고 나란히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좁다. 아이들끼리 장난을 치다 차로로 넘어가기 일쑤라 혼자 등하교시키기 불안하다”며 “학교를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길인데 일방통행으로 바꾸고 보행로를 설치하는 등 대책이 시급하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학부모 최모씨는 “저출생 시대에 지자체가 나서서 아이를 안심하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아이들의 안전이 걸린 문제이니만큼 보행로 개설에 속도를 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영호 중구의원은 “성안초·학성초 등 구도심에 위치한 학교의 통학로 안전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통학로 정비사업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울산시교육청은 성안초 인근에 설립 예정인 특수교육연구원 착공에 앞서 성안초 통학로를 우선적으로 확보하겠다고 협의했다. 그러나 아직 정확한 공사 일정이 나오지 않자 학부모 사이에서는 ‘말뿐인 협의’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울산시교육청 관계자는 “보행로 설치로 인한 기존 건축물 변경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 내부 검토 중에 있다”며 “이르면 올해 안에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확답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고 답했다. 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