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남구민 김모(70)씨는 티박스(파크골프 홀마다 처음 공을 올려놓고 치는 곳, Teeing Ground)에서 발을 헛디뎌 인대 부상을 입었다. 높이 솟은 티박스에서 내려오다가 미끄러져 아직 치료를 받고 있다.
문제는 김씨의 사고가 드문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다른 지역을 가보면 티박스는 평지에 조성된 경우가 많은데 남구는 유독 티박스가 높게 조성돼 있다”며 “울산 5개 구군 중에서 제일 높은 수준이어서 올라갈 때도 힘들고 내려오다가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토로했다.
개장 직후부터 지적돼 온 배수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비가 오면 물 빠짐이 좋지 않아 잔디가 쉽게 미끄러워지고, 그래서 부상 위험이 더 높아진다는 게 이용자들의 설명이다.
홀컵이 있는 그린도 말썽이다. 지대가 높고 공이 잘 들어가지 않는 ‘포대 그린(그린이 다른 장소보다 위로 솟아 있어 그린에 공이 안착하지 못하면 공이 굴러서 내려가는 지형)’으로 조성돼 공이 잘 들어가지 않아 회전율이 떨어진다. 경기 시간은 길어지고 뒷조의 대기가 계속되면서 “비켜 달라”는 고성도 수시로 오간다는 것이다.
또 다른 회원인 정모(여·62)씨는 “파크골프는 대부분 고령자들이 즐기는 스포츠인데 위험하게 조성된 시설이 많아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특히 다른 파크골프장과 달리 태화강변에 조성됐지만 안전펜스가 없어 지나가는 시민들의 우려도 크다. 구청에 개선 요구를 몇 차례 했지만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어 회비로 일부 개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구는 태화강 파크골프장에서 발생하는 민원을 파악하고 있지만 예산 등 문제로 전체 시설을 한꺼번에 정비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남구 관계자는 “조성 당시 회원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티박스도 다른 구군보다 높게 조성하고, 그린의 형태도 난이도를 위해 지대를 높여 설치했다”고 해명했다.
남구는 다만 민원이 이어지자 지난달 27일부터 일부 시설 개선 공사에 들어갔다. 오는 24일까지 3600만원을 들여 전체 4개 구장 중 A, B 구장의 그린 지대를 낮추고 면적을 확대하는 공사를 진행한다. 남은 두개 구장은 난이도 조절을 위해 그대로 둔다.
남구 관계자는 “티박스는 시작할 때 공을 치기 편하다는 이유로 높게 조성된 만큼 우선 교체의 긴급성은 낮다고 봤다”며 “배수 문제도 비가 오면 일부 지점에 물이 고이긴 하지만 반나절 정도면 물이 빠지고, 지난해 모래를 까는 작업을 진행해 배수가 원활하게 되도록 한 만큼 일단 지켜보고 이후 순차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혜윤기자 hy040430@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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