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은 완벽한 정치적 사형선고다. 진영별로 헌재 앞에서, 아스팔트 곳곳에서 뜨거운 탄핵 찬반 여론전을 펼쳐온 만큼 기대를 벗어난 결과를 받아든 쪽은 허탈감이 상당할 것으로 미뤄 짐작된다. 하지만 이제는 제자리로 돌아가야 할 때다. 큰 틀에서 보자면 모두가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현실인 만큼 서로가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마음가짐이 절실한 때다. 다행히도 울산 정치권과 시장, 교육감, 기초단체장 등이 한목소리로 갈등과 혼란을 종식하고 위기 극복에 앞장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정부와 호흡을 맞춰온 김두겸 울산시장은 안타까운 마음을 뒤로한 채 “찬반을 떠나 이제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하며, 길었던 갈등과 혼란을 종식하고 경제 위기 극복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천창수 울산시교육감은 “우리 사회를 갈라놓았던 모든 갈등과 분열이 종식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안타까움과 인간적 연민을 가지는 쪽도 있을 것이다. 재임 기간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산업수도 울산 발전에 남긴 발자취 역시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은 짧은 재임 기간 중 울산 발전에 대해선 특별한 애정을 나타냈다. 대표적인 것은 그린벨트 해제다. GB 해제는 2022년 6월 출범한 민선 8기 김두겸 시정부가 한 달 먼저 출범한 윤 정부를 상대로 한 전방위 대처 전략의 결과물이지만, 윤 전 대통령의 과감한 결단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윤 정부에 이어 차기 정부와 연계해 지속 가능한 중대형 사업과 울산 공약사업을 끌고 가야 한다.
3조9000억원을 목표로 세운 내년도 국비 확보도 중요하다. 국민의힘이 집권당에서 소수당으로 전락한 만큼 김 시장과 지역 국회의원들의 공동 대처 로드맵이 시급하다. 정치적으로 한솥밥을 먹으면서도 탄핵 찬성과 반대로 첨예하게 대립한 김기현 전 대표·박성민 시당위원장·서범수 전 사무총장·김상욱 의원은 더 큰 정치로 마음을 열고 지역 국비·현안 대처에 나서야 한다. 입법 권력을 장악한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의원과 진보당 윤종오 원내대표의 초당적 협력은 필수다.
정치권이 조기 대선 체제로 전환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집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이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범진보 진영은 ‘윤석열 파면=집권’에 도취해선 안 된다. 정치는 생물이고 민심은 파도와도 같다. 집권 가능성이 높을수록 더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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