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장생이가 품은 울산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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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장생이가 품은 울산의 꿈
  • 경상일보
  • 승인 2025.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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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경 해당화 아코밴드 단장 재경울산여고 동문회 사무총장

작년 여름, 울산시립미술관에 해외 유명 그래피티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됐다. 반구천 암각화의 유네스코 등록을 기원함과 동시에 지속가능한 문화도시라는 울산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기획이었다. 시립미술관과 프랑스 파리 소재 포모나기획이 공동으로 주관해 이루어진 전시회에서 세계적 그래피티 아티스트 토마 뷔유를 만났다. 기획사 대표와의 개인적 인연으로 기획의 일부에 동참하게돼 필자에게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토마 뷔유는 스위스 태생으로 현재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웃는 노란 고양이’ 캐릭터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그의 고양이 작품은 입을 크게 벌리고 이빨을 드러내어 미소짓는 특유의 표정으로 ‘무슈샤(M. Chat)’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무슈샤는 남자를 뜻하는 ‘M’과 고양이를 뜻하는 ‘Chat’를 결합한 단어다.

그와 함께 하는 며칠 동안 대화를 해보니, 그가 울산을 상징하는 고래에 큰 관심을 가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를 입증하듯 그는 무슈샤와 함께 있는 고래 캐릭터 ‘장생이’ 그림을 그려 울산 곳곳에 남겼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울산을 찾아 같은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장생포문화창고 4층 갤러리에서 전시회 ‘spring with Thoma’가 열리고 있다.

토마 뷔유가 장생이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슈샤처럼 장생이가 세계적인 캐릭터로의 성장 가능성을 본 것이다. 비록 작은 존재이지만 장생이는 울산의 대표적인 문화 아이콘이다. 고래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바다 포유류로서 포획을 금지하며 보호하는 생물이다. 이러한 고래를 상징하는 장생이 캐릭터는 무슈샤 못지 않게 매력을 발산할 여지가 충분하다.

‘미키마우스’는 디즈니랜드를 상징하며, 100년에 가까이 전 세계 어린이들과 어른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미국의 인기 만화 피너츠의 주인공 ‘스누피’도 마찬가지다. 이들 캐릭터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다. 그 속에 감성적·문화적 가치가 내재돼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행복감을 가져다 주는 것이다.

충분한 잠재력을 지닌 장생이가 울산을 대표하는 글로벌 캐릭터로 성장한다면 울산의 문화적 향기와 영향력은 자연스럽게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마치 한 곡의 아름다운 선율이 여러 악기에 의해 멀리 퍼져나가듯 단순한 캐릭터의 확장을 넘어 고래도시 울산의 정체성과 스토리가 널리 퍼져 나갈 수 있다.

그렇다면 장생이가 세계적인 캐릭터로 자리 잡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우선, 시민들의 관심이 중요하다. 시민들이 장생이를 울산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인식하고 자랑스럽게 여길 때, 그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 시민들이 장생이와 함께 추억을 쌓고 그를 통해 울산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면, 장생이는 진정한 의미의 울산의 도시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다음으로 장생이를 활용한 문화 콘텐츠 개발이다. 장생이를 이용한 다양한 굿즈(상품, 제품을 뜻함), 애니메이션, 웹툰 등으로 확장된다면 장생이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음악도 단순한 악보 속의 음표로만 존재한다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지만, 연주되고 노래로 불러지며 비로소 살아 숨쉬는 예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장생이도 마찬가지다.

울산은 바다와 산과 강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도시로서 그 중심에 고래와 관련된 생업과 생활, 역사와 정서가 뿌리내려 있다. 한때 울산의 고래는 산업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졌지만 이제 장생이라는 상징으로 변화돼 예술과 문화의 영역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미키마우스’와 ‘스누피’가 그랬던 것처럼, 장생이가 세계적인 캐릭터로 자리잡아 울산을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이 되면 울산의 스토리를 전하는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다. 토마 뷔유와 같은 세계적 아티스트의 손을 빌려 장생이 캐릭터가 더 멀리 전파돼 전 세계 사람들이 장생이를 알고 사랑하게 될 날을 기다려 본다.

김희경 해당화 아코밴드 단장 재경울산여고 동문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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