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구천의 암각화는 천혜의 자연 울림이 있는 선사시대 공연장으로, 고대인들의 삶과 문화가 담겨 있다. 선사시대의 자연환경이 토사에 파묻혀 있는 상황에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다. 이곳에는 고래, 거북이, 사슴, 멧돼지 등의 동물이 등장하며, 특히 고래는 울산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강화한다. 울산에는 동물과 관련된 지명이 많다. 거북이가 엎드려 있는 형상의 반구대, 자라(거북이)의 오산, 호랑이의 호계, 학의 고장인 학산, 학성이 있다. 돋질산은 그 중 하나로, 남구 야음장생포동에 위치한 이 산은 돼지의 주둥이 형상을 하고 있다. 해발 89m의 작은 산이지만, 울산의 산업 발전에 중요한 관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울산시가 추진하는 ‘세계적 공연장’의 건립은 늦은 감이 있지만, 법정 문화도시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오페라하우스급의 공연장은 첫째, 오페라, 발레, 연극 등 다양한 공연을 위한 고급 음향 및 조명 시스템을 갖춘 공간을 제공해 공연 장소로서의 기능을 수행한다. 둘째, 지역 예술가와 관객을 연결하고 다양한 예술 활동을 촉진하는 예술과 문화 지원의 역할을 한다. 셋째, 문화 이벤트와 활동을 통해 지역 커뮤니티 통합을 유도하며, 넷째,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관광 명소로서의 기능도 수행한다. 다섯째, 예술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음악, 무용, 연극 등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여섯째, 국제 예술가와의 협력을 통해 문화 교류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한다. 마지막으로, 주변 지역의 발전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레스토랑, 호텔 등 문화 인프라를 유치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세계적 공연장이 들어서면 적극적인 제작 공연 시대가 열릴 것이며, 무대장치물 제작 보관센터는 로컬 제작 및 개방 체험형 수장고 역할을 해 글로컬라제이션으로의 진입을 도모할 수 있다. 다수의 연습장은 공연장 무대와 동일한 청각적 음향을 갖추어야 하며, 국립오페라단을 유치해 지역 거점 문화공간을 조성하고 문화 균형 발전을 위한 지혜를 가져야 한다. 공연 전후 및 공연이 없는 시기에도 문화예술 체험 시설과 관광객이 머물 수 있는 명소로 발전해야 한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처럼 관광 기념품을 제작하고 체험할 수 있는 관광존과 면세품점이 입점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그러나 삼산매립장에 공연장이 들어서게 되면 이러한 부대 인프라를 수용하기에는 공간이 협소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삼산매립장에서는 ESG 관점에서 환경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곳에 세계적 공연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삼산매립장은 12만610㎡의 면적에 건축 규모 1만5000㎡로, 바다와 강 유역에 위치한 뻘밭 지형이다. 이 공연장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위해서는 뛰어난 부대시설과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태화강역의 철도 소음과 진동 문제로 인해 완전한 해결이 어려울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돋질산을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돋질산은 산과 바다, 강과 도심이 어우러진 곳으로, 공연장은 돋질산에 건설하고 문화 인프라는 삼산매립장과 연계해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계적 공연장 외관은 반구천의 암각화 정체성과 문화 전파의 봉수대 요소를 반영하고, 자연, 산업, 관광 자원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세계적 공연장 설계는 세계적인 건축설계사가 맡아 랜드마크화 되겠지만, 공연장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세계적 공연장의 조성만큼이나 문화재단과 공연장 운영에 대한 솔루션과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법정 문화도시 3년차에 걸맞는 울산의 교향곡이 없는 상황에서, 푸치니의 ‘나비부인’처럼 울산을 배경으로 한 국제적인 오페라와 뮤지컬을 창작할 수 있는 인큐베이팅이 필요하다. 또한, 공연장 출범 초기부터 문화재단의 통합 운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공연장 건립부터 공연물 유치, 전략적 기획 및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적임자를 사전에 확보해 ‘세계적 공연’이라는 브랜드의 명성을 지금부터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이기우 문화예술관광진흥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