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우의 新우시산국(16)]3월은 가장 잔인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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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우의 新우시산국(16)]3월은 가장 잔인한 달
  • 경상일보
  • 승인 2025.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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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우 전 UBC 울산방송 보도국 선임기자·다루미디어 대표

미국 출신의 영국 시인 ‘토머스 엘리엇’은 그의 시 ‘황무지’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3월이 가장 잔인한 달로 기억되고 있다.

지난달 말 역대 최악의 ‘괴물 산불’이 국토를 초토화 시켰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사망자 30명을 포함해 모두 75명이 인명 피해를 입었다. 4만8000㏊의 산림이 불에 탔고 주택 3000여동이 전소됐다. 울산도 예외는 아니였다. 지난달 22일 농막에서 용접 작업중 발생한 불티로 시작된 울주군 온양읍 산불은 엿새동안 축구장 1304개 크기인 931㏊를 태웠다. 지난달 25일 언양 화장산에서도 63㏊의 산림이 소실되고 주민 대피령까지 내려졌다. 필자는 십수 년 전 소방 헬기에 직접 탑승한 경험이 있다. 원래는 울산시의 허가를 받아 울산의 풍경을 촬영할 예정이었지만 갑자기 산불 진화로 계획이 변경됐다. 당시 산불을 끄던 헬기는 러시아제로 노후된 기종이어서 내부는 마치 한증막처럼 무더웠다. 1시간 동안 잠시도 쉬지않고 진화 작업을 벌이는 기장과 부기장의 모습이 너무나 안쓰러웠다.

지난 2020년 울산에서 산불 진화를 하던 헬기가 추락해 부기장이 사망한 사건도 노후 기종 탓이라는 생각이 든다. K방산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왜 노후된 러시아산 헬기를 임차해 쓰는지 아이러니한 생각이 들었다.

▲ 지난달 25일 언양 화장산 산불로 인근 아파트가 연기에 휩싸여 있다.
▲ 지난달 25일 언양 화장산 산불로 인근 아파트가 연기에 휩싸여 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지구가 점차 더워지면서 앞으로 봄철만 되면 괴물 산불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산불 진화 장비의 ‘대수술’이 필요해 보인다. 대형 산불을 초기에 진화 하기 위해서는 담수 용량이 큰 대형 헬기의 확보가 시급하다. 울산소방본부가 보유한 유일한 소방헬기는 1999년 러시아에서 제작돼 도입된 지 20년이 넘은 노후 기종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담수량 5000ℓ 이상의 대형 산불 진화 헬기 도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와 함께 산림에 인접한 농촌 마을이 산불에 그대로 노출된만큼 마을마다 소화전과 충분한 소방 용수, 이동이 수월한 미니 소방차를 배치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산불’은 한번 발생하면 산림을 복원하는데만 최소 30년이 걸리고 생태계 복원까지는 무려 100년 이상 걸린다. 산불은 인재인만큼 보다 현대화된 진화 장비를 확보한다면 괴물 산불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산불 예방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전 시민 캠페인도 병행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이달우 전 UBC 울산방송 보도국 선임기자·다루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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