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오전 10시30분, 노동계와 진보 정당,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차례로 도착하며 롯데백화점 울산점 광장을 채웠다.
피켓과 방석이 빠르게 배부됐고 몇몇 참가자들이 모여 삼삼오오 사진을 찍는 모습도 보였지만 전체적으로는 침착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긴장과 기대가 섞인 공기 속, 사람들은 하나둘씩 커다란 전광판 앞에 둘러앉아 자리를 잡았다. 시간이 흐르며 주변 직장인과 상인, 행인까지 가세해 인파는 점점 늘어났다. 주최 측은 “중계 송출에 방해되지 않도록 휴대전화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반복해서 안내했다.
11시 정각, 선고가 시작되자 광장은 정적에 휩싸였다. 일부는 손을 모아 기도했고 몇몇은 고개를 숙였다.
선고문 낭독이 이어지며 결과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자 몇몇 시민들 사이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이들은 숨죽여 듣고 있던 선고가 결국 인용으로 마무리되자 약속이라도 한 듯 일어나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이들의 기쁨은 해가 진 뒤에도 이어졌다. 이날 오후 6시30분부터는 같은 장소에서 탄핵 축하 집회가 열렸다. 사회자 진행 아래 떡과 음료수가 나눠졌고 음악과 춤이 어우러지는 ‘파티’ 같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장우 노동당 울산시당 위원장은 “4월4일 윤석열 파면은 대한민국 국민의 승리이자 광장의 승리다. 함께 지켜주신 여러분 감사하다”고 말했다.
뮤지컬과 댄스 등 공연이 진행되고 미리 준비된 인터뷰지를 통해 이번 파면 결정에 대한 참가자들의 의견을 듣는 순서가 이어졌다.
대구에서 왔다는 박정재씨는 “계엄 선포 이후 시간이 멈춘 듯 했는데 오늘 다시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선고 하루 뒤인 5일 오후 1시 태화강역 앞에서 예정됐던 탄핵 반대 측 집회는 개최되지 않았다.
주최 측인 세이브코리아 관계자는 “당연히 탄핵이 기각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결과가 예상과 달라 충격이 크다”며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이어 5일 집회는 취소하지만 향후 부정선거방지대책위와 국민변호인단 등과 연대한 지역 단위 대응을 예고했다.
세이브코리아 관계자는 “대선 이전까지는 부정선거 규탄을 이어가고, 다음 주 월요일 단체 회의 후 시청 남문 앞 집회 개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울산경찰청은 집회가 취소되고 큰 충돌 없이 종료됨에 따라 5일 오후 6시30분부로 비상근무를 해제했다. 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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