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출이 막막하네요. 올해는 버티겠지만, 내년 이후는 장담 못 해요.”
울산의 한 기업 관계자가 건넨 이 한마디는, 기자가 줄곧 작성해 온 관세 관련 기사보다 훨씬 직접적인 무게로 다가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본격화한 이후 지역 산업계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의외로 현장의 분위기는 조용하다.
울산은 자동차, 선박, 석유화학 등 말 그대로 대미 수출 중심지다.
지난해 전체 수출액 중 미국향 비중만 26.6%, 금액으로는 234억달러에 이른다. 자동차, 철강, 화학 같은 주력 산업은 관세 부과 대상에 이름을 올릴 때마다 직격탄을 맞는다.
이에 지역 수출기업의 불안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수출 경쟁력 저하와 생산량 조정, 공급망 재편 리스크까지 모두 눈앞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관세 쓰나미에 대비해 정부와 유관기관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관세 피해 애로 신고센터’를 가동했고, KOTRA 등 유관기관은 울산에서 설명회와 컨설팅 프로그램을 연이어 개최 중이다. 이론상으로는 피해 접수부터 정책자금 지원까지 체계가 갖춰진 셈이다.
하지만 울산중기청에 접수된 관세 피해 건수는 운영 한 달이 지나서도 0건인 것으로 파악된다. 기관들은 “트럼프의 발표 이후 신고가 늘어날 것”이라 내다보지만, 현재까진 큰 파도가 오기 전 적막에 가깝다.
울산이 관세 영향을 받지 않는 지역일 리 없다는 건, 수출액 수치만 봐도 자명하다. 울산은 대기업 중심 산업 구조를 가졌지만, 그 대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중견업체들이 산업 생태계 곳곳에 포진해 있다. 부품을 직접 수출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결국 피해가 없어서가 아니라, 피해가 체계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소리다.
기자는 그 이유를 묻기 위해 몇몇 기업을 다시 찾았다. 돌아온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몰랐다” “어디에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다” 등 대책이 없던 게 아닌 그 대책이 실제 기업인의 책상 위까지 닿지 않았던 것이다.
설명회는 성황을 이뤘고, 제도는 준비돼 있다. 하지만 울산의 중소 수출기업들은 여전히 홀로 해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 대신 인도 등 제3국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지만 “단가가 맞지 않아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벽도 여전하다.
우린 트럼프 1기에서 이미 겪었다. 관세는 이미 울산에 도착했다. 다만 그 충격은 조용히, 서서히 번지고 있을 뿐이다. 종이에 적힌 관세율보다 더 무서운 건, 그 관세를 감당할 정보의 부재와 정책 체감의 거리감이다. 울산은 지금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오상민 정치경제부 기자 sm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