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역사상 가장 큰 무역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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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역사상 가장 큰 무역 충격
  • 경상일보
  • 승인 2025.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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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기조 경남대 명예교수·경영학

세계의 뉴스를 보면 온통 관세다. 뉴욕타임스의 4월5일자 한 기사는 노벨상을 받은 무역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이 The Ezra Klein Show에서 ‘역사상 가장 큰 무역 충격’이라는 제목으로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서 ‘잘못된 계층(layers of wrongness)’이 무엇인지 조목조목 짚은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크루그먼은 “미국은 군사 측면에서 전 세계에 기지를 두고 있고, 유럽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NATO에 가입했으며, 다른 국가보다 더 많은 군비를 지출하고 있는데 이것이 국가가 더 이상 미국 국민을 돌볼 수 없는 이유 중의 하나다.”라고 하였다. 미국으로서는 늘어나는 재정적자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선은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싶을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나라별로 무역적자를 파악하고 적자의 크기만큼 관세를 물리는 것 같다. EU(18.5%), 중국(13.4%), 일본(4.5%), 베트남(4.2%), 한국(4%), 대만(3.6%), 인도(2.7%), 영국(2.1%), 스위스(1.9%), 태국1.9%) 등 총수입액의 1%가 넘는 나라들로부터의 수입비중은 60%다.

무역 적자를 그 나라의 대미 수입액으로 나눈 값이 상호관세율의 기준이다. 평균 관세율인 23%보다 높은 나라는 미국에 무역수지 흑자가 많은 나라다. 베트남(46%)과 중국(34%)은 폭탄을 맞았다. 캄보디아(49%)와 방글라데시(37%), 스리랑카(44%), 태국(36%), 대만(32%)도 세율이 높다. 우리도 당했다. 국가 간의 조약인 FTA 계약이 일방적으로 무시됐다. 큰 결례다. 중국은 보복관세를 붙였고 희토류를 수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또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로 50%의 보복관세를 더하겠다고 으르고 있다.

미국이 재산업화로 얻고 싶은 것은 일자리와 제조능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높이면 미국에 일자리가 늘 것으로 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제조업의 고용 감소는 대부분 자동화와 생산성 증가에 의해 발생한다. 관세를 피하여 미국에 공장을 세운다고 해도 무공해, 첨단 산업의 경우, 일자리는 기대하기 어렵다. 외국의 기업이 들어왔는데 미국의 제조능력이 올라갈까? 물류비와 법인세 등 간접적인 효과는 있을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동맹이 균열되면 이들과 우호적인 관계로 활로를 찾으려 할 것이다. 미국의 조처에 냉가슴만 앓는 나라도 있겠지만 내심은 두고 보자고 벼를 것이다. 다른 나라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겠는가? 어림없는 일이다. 먹고 살아야 하나 아재비 떡도 싸야 사 먹는다. 일본과 한국에서 미국의 자동차를 수입하지 않지만 벤츠는 잘 팔린다. 왜 그럴까? 미국 제품의 품질이나 가격, 서비스가 만족스러워도 안 팔릴까?

중국은 극서(極西)에 있는 쿤밍에서 가까운 동남아로 영향력을 뻗어 나간다.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까지 고속철을 놓고 공단을 개발하며 중국의 상품과 서비스를 정착시켰다. 연변지역에 한·중 간판이 있듯이 비엔티안에는 중·라 간판이 대부분이다. 라오스가 중국으로 변하고 있다. 메콩강은 티베트 고원에서 발원하여 중국,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을 차례로 흘러 남중국해로 들어가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긴 강이다. 상류의 중국이 댐을 막아버리면 하류는 말라 버릴 것이다. 그러니 하류의 나라들은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중국은 일본이 선수를 쳤던 이들 나라를 붙잡아야 한다.

중국은 바둑의 고수 나라다. 바둑은 땅 따먹기다. 이웃 나라들을 우호적으로 만들고 캐나다와 유로 존에도 미소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이웃인 캐나다와 멕시코부터 쳤다. 러시아를 견제하는 NATO의 방위비 분담금은 미국이 68.66%를 낸다. 회원국들에게 더 내라고 할 만 하다. 잘 설득하면 수긍할 수밖에 없는 사실에도 놀부처럼 굴었다. 캐나다 사람들은 아메리카노를 ‘캐나디노’로 바꾸었다.

미국의 시장이 그리도 매력적이고 무궁할까? 트럼프가 몇 년을 할까? 임기 중에도 계속해서 관세로 압박을 할 수 있을까? 미국의 서민들이 물가가 올랐다고 떠든다. 그러면 지갑을 닫을 것이다. 봄은 오지만 세계경제는 겨울로 갈지 모르겠다. 우리가 가진 카드는 무엇일까? 뛰어난 방산기술과 선박의 건조, 수리능력이다. MRO(유지 보수, 개량)로 새것보다 더 낫게 운용체계를 바꾸어 줄 수 있는 나라다. 미군은 많은 군함을 건조하고 수리해야 한다. 이것뿐이겠는가? 세상에 독불장군 없다고 했다. 모두들 눈을 흘기고 있다. 이게 만시지탄(萬視之彈)이다.

조기조 경남대 명예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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