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논두렁 잔디’로 홍역을 치른 뒤 잔디를 전면 교체한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이 임시 땜질이 아닌 항구적인 잔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일부 잔디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대책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9일 울산시설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문수축구경기장 골대 뒤편 잔디에 15㎡ 규모로 ‘천연 잔디 그라운드 지원자동제어시스템’(이하 잔디 지원 시스템) 도입을 위한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잔디 지원 시스템은 일종의 온돌 시스템이다. 잔디 아래에 파이프 관을 매립해 겨울에는 온수를, 여름에는 냉수를 흘려보내 잔디가 자라기 좋은 온도를 맞춰준다.
세계 유수의 축구 경기장서 비슷한 시스템을 운용 중이다. 지난해 말 울산시설공단, 울산시, 울산 HD 구단 관계자들이 일본 도쿄 지역 축구 경기장을 견학한 뒤 도입을 위한 테스트를 결정했다.
잔디가 생물이다 보니 해외 축구경기장에서 사용하는 시스템이 한국에도 알맞을 거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의 경우 연교차가 30여℃라면, 한국은 50~60℃ 이상이다. 기온차로 인한 결로 현상도 고민거리다.
이에 울산시설공단은 테스트베드로 문수축구경기장을 선택했다.
아울러 울산시설공단은 잔디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잔디 지원 시스템 도입뿐만 아니라 다양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기존 노하우 개발 외에도 해외 축구 경기장에서 사용하는 장비와 스킬 등을 도입하거나 배워와 테스트하고 있다.
또 현재 설치된 한지형 잔디인 켄터키블루그래스뿐만 아니라 난지형 잔디도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생육할 수 있는지 테스트할 예정이다.
문수축구경기장은 그라운드 구조 특성상 여름철에는 높은 온도와 습도에도 통풍이 어렵다. 가을부터 봄까지는 그라운드의 50% 이상이 적정한 햇빛을 받지 못한다. 이는 한지형 잔디인 켄터키블루그래스의 생육에 악영향을 미쳐, 경기력 저하와 선수 부상의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지난해에는 계속된 폭염으로 패스와 드리블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량한 잔디 상태를 보여 경기가 취소된 끝에 결국 7600㎡ 규모의 잔디를 전면 교체했다.
울산시설공단 관계자는 “최상의 잔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방법을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다”며 “(잔디)성장 조명처럼 테스트를 거치고 효과가 입증된 장비들은 도입을 위해 울산시에 예산 지원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