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결정 이후에도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위기에 처한 한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심화되면서 경제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0%대 저성장이라는 암울한 현실 앞에서 정치권은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 대신, 다가오는 6월3일 조기 대선을 겨냥한 포퓰리즘 경쟁에만 몰두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산출한 정치 불확실성 지수는 지난 13일 기준 2.5(일주일 이동평균)로, 지난해 12월 초 비상계엄 사태 이전보다 크게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윤 대통령의 탄핵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정치 상황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은의 정치 불확실성 지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14일 12.8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종전 최고치인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인 2004년 3월17일(8.8)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인 2016년 12월13일(6.2)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이런 지수는 현재의 정치적 불안정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심각한 수준임을 시사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원·달러 환율이 계엄 등 정치적 이유로 펀더멘털보다 30원 정도 더 오른 것으로 분석한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경고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바클리 역시 윤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정치적, 경제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다가오는 6월3일 조기 대선 역시 정치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권력 공백 및 리더십 부재 속에 국방·경제·안보·외교 등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고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
불확실성의 마력은 단순히 부정적인 요소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와 혁신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날 재해 복구와 통상·AI 경쟁력 강화, 민생 안정을 위해 12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한다고 발표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추경은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꺼져가는 내수의 불씨를 살리려면 추경의 신속한 국회 통과가 절실하다. ‘밥값’하는 정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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