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공유 킥보드, 이제는 멈춰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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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공유 킥보드, 이제는 멈춰야 할 때
  • 경상일보
  • 승인 2025.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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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신성 울산 남구의회 의회운영위원장

얼마 전 지인의 자녀가 전동킥보드를 타고 가다 사고가 났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생사를 오갈 정도로 크게 다쳤는데 보험 처리했던 치료비를 전액 환수당했다고 한다. 미성년자라 면허가 없고, 헬멧 착용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면허도 없는 미성년자가 어떻게 공유 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었던 걸까. 도로교통법상 전동킥보드는 개인형 이동장치로 분류된다. 엄연히 차로 보기 때문에 차도로 다니는 것이 원칙이고 자전거 도로 통행은 허용되나 보도 통행은 금지된다. 게다가 면허가 필수이고 헬멧 착용 의무가 있다. 16세 이상부터 원동기 면허 응시가 가능한데 현실에선 중학생 또래 청소년들도 킥보드를 타고 가는 모습을 더러 볼 수 있다. 면허 인증이 필수가 아닌 데다 결제 어플을 통해 우회할 수 있는 방법도 있고 부모 명의로 가입하는 경우도 있다. 현행법상 공유 킥보드 사업자에게 이용자의 면허 확인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행법에 시속 25㎞/h 이하로 속도가 제한돼 있지만 내리막길에서 가속이 붙으면 훨씬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것이 가능하다. 대부분 서서 타는 방식이라 무게 중심이 높지만 바퀴가 작아 작은 장애물에도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하며 별다른 안전장치가 없어 큰 부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개인형 이동장치 사고는 2019년 447건에서 2023년 2389건으로 약 5배 늘었다. 같은 기간 사망자는 8명에서 24명, 부상자는 473명에서 2622명으로 급 증했다. 특히 경찰청 자료를 보면 2023년 2389건의 사고 중 전동킥보드 관련 사고가 2075건으로 전체의 87%에 달했다. 사망자와 부상자도 각각 22명, 2271명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길을 걷다 보면 공유 킥보드가 길 위에 방치된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정해진 주차구역이 없어 이용 후 어디에나 세워 놓으면 다음 사람이 이어서 탈 수 있어 편리하다는 장점은 분명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장점 때문에 길거리 어디에서나 방치된 채 널브러져 있는 킥보드를 발견할 수 있다. 도시 미관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보행자의 불편을 초래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지자체들은 공유 킥보드 전용 주차구역을 설정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울산시도 한 기업체와 협약을 맺고 PM(personal mobility, 개인형 이동장치) 스테이션을 설치해 올바른 주차 문화 정착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안들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공유 킥보드 사업의 본질은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는 도어 투 도어(door-to-door) 서비스로 대중교통의 공백을 메우는 데 있다. 버스나 택시에서 내린 후 도착지까지 남은 짧은 거리를 라스트마일(last mile) 이라고 하는데 이 구간을 공유 킥보드로 이동하고 도착지 인근에 편하게 반납하겠다는 것이다. 사용 후 주차구역에 반납하고 다시 최종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것은 라스트마일 이용자의 통행 행태에 부합하지 않아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 본다.

외국의 경우 프랑스 파리나 호주 멜버른은 방치 문제와 난폭 운행 등을 이유로 공유 킥보드를 전면 금지했다. 서울시도 홍대 거리와 반포 학원가를 전동킥보드 통행금지 구역으로 설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12월부터 불법 주정차 신고가 접수된 전동킥보드를 즉시 견인하고 업체에 견인 비용을 부과하고 있다. 이에 일부 업체는 수익성 악화로 서비스를 철수하기도 했다.

사회적 비용은 수익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고 그것이 어렵다면 시장에서 퇴출하는 것이 옳다. 어떤 사회가 문명사회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려면 약자를 어떻게 돌보는지를 보면 된다고 생각한다. 도로 위 가장 약자인 보행자의 안전과 보행권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원칙을 세우자. 킥보드 이용자와 보행자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그리고 보행자의 보행권이 위협받는 일이 계속된다면 이제는 공유 킥보드를 멈춰 세우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최신성 울산 남구의회 의회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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